[대전=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화는 필승조의 의존도가 높다. 권혁은 3일 경기 전까지 44경기 65⅓이닝, 박정진은 48경기 63⅔이닝을 던졌다. 부상 탓에 한 차례 1군에서 빠졌던 윤규진은 26경기 33⅔이닝을 소화했다. 2일 광주 KIA전에서는 큰 점수 차에도 이들 세 명을 모두 투입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3일 대전 NC전에 앞서 전날 투수 운용에 대해 "4~5점차 리드에서 누구를 올리나"라며 "그렇다고 64번(김민우)과 67번(조우영)을 올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이렇게 경기를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대로 간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유독 접전이 많은 한화는 이날 역시 일찍 승부처가 찾아왔다. 4-2로 앞선 5회 선발 안영명이 급격히 흔들리며 1점을 주고 무사 만루에 몰렸다. 한화는 안영명을 곧바로 내리고 불펜진을 가동했다. 평소 투수 운용 방식이면 박정진이 올라오는 시나리오다. 더구나 상대 타순은 3번 나성범, 4번 에릭 테임즈로 이어지는 왼손 거포들.
그러나 한화는 이틀간 40개를 던진 박정진 대신 좌완 김기현을 내보냈다. 주로 추격 상황에서 나오던 김기현이 리드 때 나온 것은 6월10일 삼성전 이후 처음이다. 올해 NC를 상대로 2경기에서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데이터도 무시 못했다.
오랜 만에 압박이 심한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김기현은 공을 자신 있게 뿌렸다. 3번 나성범을 슬라이더 2개로 얕은 우익수 뜬 공으로 처리했고, 4번 테임즈는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직구 최고 시속은 136㎞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테임즈는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김기현은 무사 만루에서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송창식에게 바통을 넘겼다. 송창식은 5번 이호준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고비를 넘긴 한화는 6회 2점, 7회 1점을 추가했고 윤규진-권혁을 투입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김기현은 경기 후 "모처럼 리드할 때 올라오니 조금 흥분이 됐다"며 "무조건 막아낸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난 1일 KIA전에 던질 때부터 밸런스가 잡혀가는 느낌이었다"면서 "볼에 자신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정 NC를 맞아 올 시즌 잘 던진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친한 선수들이 많고 하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필승 계투조의 높은 의존도에 대해서는 "팀 성적이 먼저이고 감독님도 승리를 위해 필요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형들을 바짝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한화 김기현.
대전=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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