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로. 한 남자가 한뎃잠을 잔다. 도로 위 소음도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 없이 화단 경계석을 침대 삼아 몸을 뉘였다. 머리맡 두꺼운 외투엔 떠돌이의 힘겨운 삶이 묻어 있다. 정처 없이 흩날리는 불안한 삶, 꿈결이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남자의 두 팔은 굵은 쇠사슬을 감싸 안았다. 한 조각 그늘 조차 허락되지 않은 초라한 낮잠 풍경은 이따금 지나치는 웃음소리 발소리를 배경으로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졌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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