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 회귀 동의 못해, 靑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野 "與 원내대표 사퇴 압박 부당" 운영위 직후 李실장ㆍ劉 독대 눈길
‘거부권 정국’ 이후 처음 국회를 찾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에 적극 방어에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압박과 관련해 “국회를 무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왕조시대라는 표현에도 동의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무시 처사” 주장엔 “그런 적 없다”
3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질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집중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특히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2015년 6월 25일은 대통령이 국회를 침범한 날로 민주주의는 ‘박정희 독재시절’로 회귀했다”(강동원 의원), “청와대와 내각, 비서실의 관계가 왕조시대 같다”(최민희 의원)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과거 회귀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때가 어느 때인데 왕조시대에 살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밖에서 보는 것처럼 (청와대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통로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인 1998년 현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강제성이 큰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발언했던 영상을 공개했다. 백 의원은 “(당시에는) 국회의 권위를 세우려고 굉장히 노력했던 분이 (지금의) 대통령”이라며 “그런 분이 지금은 (유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실장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당시 대통령이 찬성한 법안에는 ‘국회가 행정입법이 상위 법률에 위배되거나 위임 범위를 일탈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이란 전제가 있어 내용이 다르다”고 맞섰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는 개정안 역시 ‘행정입법이 상위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는 전제가 있어 이 실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배신의 정치’, ‘줄세우기 정치’ 등의 단어로 비난한 데 대해서도 “국민을 위해 정치적인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것”, “대통령 입장에서 청와대 수석이나 내각, 정치권에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엄호했다. 이 실장은 또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되면 대국민사과 등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이 ‘유승민 거취’ 걱정
이날 회의에선 야당 의원들이 되레 대통령의 여당 원내대표 사퇴 압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동원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84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대표”라며 “비록 다른 당이지만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무시하고 찍어내려는 건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 역시 “대통령이 꼭 여당의 원내대표를 쫓아내야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의 질의가 거세지자 “그 정도 하시지요”, “예의를 갖춰달라”, “자제해달라”며 중재하려 애썼다. 다만, 청와대의 사전 요청설 등 운영위가 이날로 하루 연기된 배경 논란과 관련해선 “그 경위가 어떻게 되었건 이런 혼선이 있었던 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합의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국회 운영위는 거부권 정국 이후 대통령의 참모와 유 원내대표가 처음 맞닥뜨리는 날이라 두 사람의 조우에 관심이 쏠렸다. 운영위가 끝난 뒤 이 실장은 “차 한잔 하고 가시라”는 유 원내대표의 권유로 8분 간 배석자 없이 따로 대화를 나눴다. 유 원내대표는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이 실장도 “인사만 나눴다”고 밝혔으나,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얘기도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심윤지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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