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은 폼페이 유적에도 등장한다. 문헌에 처음 기록된 것은 1819년 오스트리아 요한 클라인 신부의 안내견 훈련이다. 안내견의 충직함과 선한 눈망울은 각종 영화와 책, 드라마에서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최근 진동을 이용해 길을 안내해주는 시계,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수술 등 시각장애인을 돕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안내견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걸까.
한국보다 30년 앞서 안내견을 도입한 일본의 최대 안내견단체 일본맹도견(盲導犬)협회 가나가와(神奈川)훈련센터에서 요시카와 아키라(吉川明) 이사와 다와다 사토루(多和田悟) 훈련기술회원 겸 이사를 최근 만나 안내견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요시카와 이사 등은 “복지사업이 필요 없는 사회면 그만큼 좋은 사회라는 것 아니겠냐”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경, 로봇 등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내견을 육성해 온 그간의 노하우나 기술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람과의 교감,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필수인 안내견 훈련 노하우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맹도견협회는 우리나라 안내견과 인연도 깊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서 본격적인 안내견 양성 체제가 도입되기 전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이 만든 일본 영화 ‘안내견 퀼’ 훈련사 실제 모델인 다와다 이사는 국내 시각장애인에게 일본서 훈련한 안내견을 기증했다. 지금도 양측은 아시아안내견육성네트워크(AGBN)를 통해 안내견 번식, 훈련법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협회가 관심 쏟는 것은 고령화 대책. 수명이 길어지면서 안내견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안내견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 홍보 강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안내견 분양과 훈련도 노인들에 맞도록 바꾸고 있다. 일본에서 안내견과 함께 지내는 최고령자는 87세라고 한다. 요시카와 이사는 “노인들의 경우 시력이 떨어지는 데다 듣는 것, 움직이는 것, 기억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내견 분양이 어렵다”며 “노인을 위한 안내견 분양을 위해 훈련사들이 병원과 함께 의료지식, 사회복귀요법을 공부하는 등 다른 전문집단과 연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맹도견협회는 최근 시각장애와 함께 청각장애가 있는 이들에게도 안내견 분양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용자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안내견과 함께 하는 교육이 어렵다는 점이다. 청각이 약간이라도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무선 헤드셋과 진동으로 훈련하는 법도 도입했다. 이들은 “앞으로 안내견 노하우에 기술을 다양하게 접목해 안내견 보급을 활성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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