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지훈] 막아라 불편할 것이요, 막써라 불안할 것이다

입력
2015.07.03 04:12
0 0

모두 기억하다시피,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 초기의 확산을 잡기 위해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확진 환자가 있는 병원의 이름을 밝힐 것인지 말 것인지’ 였다. 결국 병원의 명단이 공개되고, 그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정보가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는 정보의 보호와 공개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정보를 공개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파장을 우려하여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보다는 공개했을 때의 사회적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를 병원들의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한다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과 이를 잘 활용하는 것 사이의 줄타기라고 넓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프라이버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은 줄어들고, 반대로 개인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 편리한 서비스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프라이버시는 침해가 된다. 결국에는 각자가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로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전체적인 유용성과 프라이버시 노출 정도에 대한 일정한 합의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카메라에 포착될까?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들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카메라에 포착될까?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의 데이터는 없지만, 보통의 미국인들은 하루에 200번 정도 카메라에 포착된다고 한다. 신호대기 중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때,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감시 카메라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미 수백 대의 감시 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고 점점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카메라들과 기술발전에 따른 다양한 센서들의 영향으로 전체 정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각 개인의 정보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고, 민간부문인 금융업계가 가지고 있는 정보까지 생각하면 오싹할 정도다. 또 우리들의 이메일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웹메일 회사들은 어떤가? 심지어 G메일은 메일 내용을 자동 파악해서 그에 맞는 광고까지 보여준다.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2011년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오라클에 합병된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였던 스콧 맥닐리 역시 "당신에게 프라이버시란 없다. 그렇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라이버시가 없는 암울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해커들의 강령 중에는 "정보는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우리들은 스팸메일이 들어올 것을 알면서도 할인을 받고, 여러 웹 사이트나 경품행사 등에 개인정보를 자세히 적어 넣고 있으며, 단돈 1,000원만 벌 수 있다고 해도 웬만한 정보는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다. 또 인터넷 공급자들이 고객이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항상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어찌보면 우리들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적극적인 사용자인지도 모른다. 제프 자비스는 ‘공개하고 공유하라’는 책에서 “공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라. 개인의 판단에 의해 숨길 것은 숨기고, 내놓을 것은 내놓음으로써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아무래도 공개를 통한 혁신의 가치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프라이버시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지나친 두려움은 미래의 가치를 훼손함으로써 우리에게 더 커다란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적절한 활용을 위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조차 본인의 집 주소나 집의 가격, 생일, 주식가치, 취미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비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구글 어스를 이용하면 그의 집과 부지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고 싶다면, 가능한 현금으로 결제하고, 아무리 할인행사가 많아도 개인정보를 적어 넣지 말 것이며, 휴대폰도 GPS와 WiFi 등을 모두 끄고 최대한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더욱 극단적이라면 아마도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에 아예 접속하지 않고, 카메라가 있는 공공장소에 나가지 않으며, 차량도 추적이 되므로 운전도 하지 말고, 은행도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공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연결을 맺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득과 위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선택은 위험과 기회를 모두 확대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택을 스스로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에서 대신 선택하고, 통제하기를 바라고 싶지는 않다. 미래의 인터넷에는 개인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공공성과 가치를 선택하는 자유와 관련해서 충분한 고민을 담아낸 서비스들이 각광받을 것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정지훈 '미래기술 이야기' ▶ 시리즈 모아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