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공공기관’ 전환된 한국예탁결제원
지난 41년 간 금융자산과 증시대금을 안전하게 관리해 대한민국 대표 자본시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유재훈)이 부산지역 상생발전 노력과 올해 기타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제고를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증권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1974년 설립된 한국예탁결제원은 1,200여개 기관투자자와 600만명 개인투자자가 이용하는 자본시장 플랫폼으로, 3,000조원에 이르는 국민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매일 70조원의 증시관련 대금을 처리하는 종합증권서비스 기업. 특히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예탁 받아 안전하게 보관하고, 증권 매매거래 결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유ㆍ무상증자와 배당금 등 투자자가 권리를 정확히 행사하도록 도와 이들의 재산을 충실히 관리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서비스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자산운용, 글로벌 증권거래, 증권파이낸싱 등 자본시장 전반에 걸쳐 약 40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아시아 예탁결제회사 가운데 가장 큰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올해 초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되며 경영평가 부담을 덜게 됐다. 공공기관은 관련법상 크게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기타공공기관으로의 변경은 규제가 한 단계 완화된 것을 의미한다. 임원 선임과 보수, 기준ㆍ경영실적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관리감독 주체도 기획재정부, 감사원, 금융위원회 등에서 금융위원회로 일원화돼 업무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에서도 예탁결제업무는 더 이상 공공서비스가 아닌 증권시장 이용자를 위한 산업진흥서비스와 상업서비스로 인식돼 거래소 등과 함께 민간금융회사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
▦전략/차별화 된 ‘부산기업화’ 노력
한국예탁결제원은 부산금융지원 전략, 지역인재 유치와 산학연계 강화, 부산 지역경제와 지역사회복지 증진 기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부산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화를 위한 노력은 룩셈부르크 발전 모델 연구에서 출발한다. 실질적인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유럽의 글로벌 금융중심지역이자 지리ㆍ문화적으로 부산과 유사한 룩셈부르크를 롤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은행ㆍ증권ㆍ보험거래 청산과 결제, 기록관리, IT서비스 등 금융관련 업무 중심지이며, 세계적 예탁결제회사인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 본사가 위치한 곳.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1월 룩셈부르크 재무장관과 만나 부산금융발전을 논의했고, 펀드허브와 위안화허브, IT허브라는 목표를 세웠다. 먼저 펀드허브 전략은 아시아펀드표준화포럼을 통해 역내 펀드 거래 표준화를 주도하고, 이를 아시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위안화허브는 위안화 예탁결제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해 위안화 역외 허브 구축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중국과의 금융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내 투자자의 대 중국 투자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미 부산시 및 중국 칭다오시와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IT허브 전략 달성을 위해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과 IT를 융합한 캡테크(CapTech) 산업을 추진 중이다. 캡테크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캡테크지원협의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각종 재해와 재난에 대비, 데이터 백업시스템은 부산 본사 IT센터에 구축했다.
예탁결제원은 지역 인재 유치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체험형 청년인턴 채용 인원 40명 가운데 25명(62.5%)이 부산, 울산, 경남지역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아대와 산학연계 협약을 체결하고, 국제금융 학위과정 공동 운영, 상호 초청 특강 및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역동반성장 전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부산 이전기관 최초로 지난해 12월 부산은행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금융 발전을 위한 ‘한국예탁결제원 부산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국세 7,339억원을 부산에 납부해 부산 수영세무서를 전국 3위권 세무서로 격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산시와 상생발전을 위해 부산상의 특별회원으로 가입했고, 부산시민들의 자본시장 이해를 돕기 위해 증권박물관도 운영 중이다. 또 장학사업으로 경제금융이해력 인증시험 우수자와 특성화고교에 지난해 말 총 4,000만원의 장학금도 전달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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