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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고함ㆍ신음… 구급차 늦게 와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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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고함ㆍ신음… 구급차 늦게 와 망연자실"

입력
2015.07.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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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선 좁은 도로 굴곡 커서 불안… 안전벨트 매라는 방송도 없어"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공무원 버스 추락 사고'의 피해자 가족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사고현장으로 출발하기 앞서 고개를 숙인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중국 지린성에서 발생한 '공무원 버스 추락 사고'의 피해자 가족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사고현장으로 출발하기 앞서 고개를 숙인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지게차가 강 바닥에 뒤집힌 채 추락한 버스의 차체를 약간 들어올려 생긴 틈으로 부상자를 끄집어 낸 뒤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등을 시도해 봤지만 이미 6,7명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량수이(凉水)보건소의 의사 리진성(李金生)씨는 2일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전날 한국 공무원 탑승 버스 추락 현장 상황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리씨 등 량수이보건소의 의사와 간호사 등 10명은 이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의료진이었다. 량수이보건소는 사고 현장과 1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 현장의 버스 안에서는 한국어로 “살려주세요”라는 고함과 신음 소리가 들렸다. 당시 강물의 깊이는 무릎 정도 밖에 안 됐지만 뒤집힌 버스 안의 부상자를 구조하기가 쉽지 않았다. 본격적 구조는 지게차가 동원돼 차체를 들어올린 뒤 이뤄졌다. 의료진은 버스에서 부상자를 끄집어 내 응급조치들을 진행했다. 그러나 6,7명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차체 꼬리 부분에 있어 맨 마지막에 구조된 3명도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량수이보건소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더 많은 이를 살리리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지안시 외곽의 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고로 숨진 김철균(55) 광주시청 지방공업사무관의 아내는 남편의 관(棺)을 보자마자 “남편도 없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며 오열했다. 장례식장에는 버스 추락 사고의 유가족이 속속 도착하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버스 추락사고로 숨진 우리 국민은 공무원 9명을 포함 10명이고 부상자는 총 16명이다. 중국인 운전사가 2일 오전 사망 판정을 받아 해당 버스의 전체 사망자는 11명이 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사고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날 행정자치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중국 공안당국이 조사 중에 있다”면서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도 공식적인 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해당 버스의 운전기사가 사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수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상태가 열악한 도로에서 과속이나 운전 미숙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첫 번째 버스에 승차해 사고 지점을 통과했다는 서울시 소속 김모 사무관은 “2차선 좁은 도로가 이어졌고 굴곡이 커서 내심 불안했는데 나중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연수 공무원들은 또 현지 구조대가 늦게 도착하고 사상자 중 상당수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희생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속 경모 사무관은 “안전벨트 상태가 불량해 착용이 쉽지 않았다는 동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행을 인솔한 다른 사무관은 “사고가 난 후 한 시간쯤 후에 구급차가 도착해 응급조치가 늦어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자부는 이날 정재근 행자부 차관이 이끄는 ‘사고수습팀’과 함께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과 법의관 등 4명으로 구성된 ‘희생자관리단’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희생자관리단은 현장에서 사망자 시신 복원, 검안 등을 중국 공안과 함께 수행하고, 시신 인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지린성 퉁화(通化)시에서 치료를 받던 부상자 16명은 이날 지린성의 가장 큰 도시인 창춘(長春)의 지린대학 디이(第一)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린대학 디이병원은 한국 부상자를 위해 부상자 1명마다 의료진을 따로 배치했고, 부상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한국어 전공 자원봉사자도 모집했다. 부상자와 연수원 직원, 현지 수습업무를 지원할 지자체 공무원 등 23명을 제외한 연수생 105명은 3일 다롄을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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