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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재협상 없다" vs 치프라스 "투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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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재협상 없다" vs 치프라스 "투표 강행"

입력
2015.07.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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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EU 분열 오명 위기 속 반격

그리스 총리 실각 기대감도 깔려

치프라스, 수정안 거부에 정면 돌파

"EU 잔류" 강조 정권 연장 노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일 베를린 총리 공관에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회담하고 기자회견을 갖던 중 이어폰을 잠시 떼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일 베를린 총리 공관에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회담하고 기자회견을 갖던 중 이어폰을 잠시 떼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일 “그리스의 국민투표 전 협상은 없다”며 어렵게 다시 조성된 협상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채권단의 제안을 상당부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메르켈이 치프라스에 대한 복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양국의 갈등이 정점을 찍으면서 강공으로 맞서는 양 진영의 속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위기로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분열을 초래한 지도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위기에 처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1일 그리스가 지난달 30일 결국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 처하면서 국제채권단과 그리스 간 협상을 이끌던 메르켈 총리가 10년 재임 역사상 최악의 날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가 치프라스 총리의 채권단안 수용 카드를 거부한 것에 대해 요제프 야닝 유럽자문위원회 위원은 파이낸셜타임즈(FT)에 “치프라스 총리가 메르켈 총리에 압박을 가하려 했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도 그를 쥐어짜는 것”이라며 “지금 재협상을 시작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복수’의 배경에는 국민투표가 가결돼 치프라스 총리가 실권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그리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건 순전히 정부의 행동 때문”이라며 “치프라스가 집권한 1월 이후 상황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고 치프라스의 시리자 정권을 맹공격했다. 이처럼 시리자 정권을 정조준하는 독일이 국민투표 이후에도 시리자 정권하의 그리스와는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1일 독일이 최소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채무 구조 재협상을 맡아온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교체를 원한다고 독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럼에도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FT는 “메르켈 본인이 EU의 파열을 주재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원치않기 때문에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우세하더라도 협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안 수정 제안이 거부당한 후 국민투표 강행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다만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우세해도 그리스는 EU에 남기를 원한다고 강조하며 EU 정상들의 ‘국민투표 반대는 유로존 탈퇴’라는 협박에 반격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아닐 아테네 총리실에서 긴급연설을 하고 "예정대로 국민투표를 5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아닐 아테네 총리실에서 긴급연설을 하고 "예정대로 국민투표를 5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그리스 국민투표에 유효성 의문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가디언은 유럽위원회가 ‘1주일간의 공지는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리스의 대법원이 헌법을 근거로 국민투표의 취소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국민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치프라스 정권이 권력을 연장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마르코 비센지노 글로벌스트레터지 대표는 로이터에 게재한 논평을 통해 국민투표에서 패배하더라도 치프라스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보호자라는 체면을 지키며 실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국민투표 없이는 시리자는 붕괴될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 전략으로 치프라스에게 국민투표 패배는 전술적 후퇴로, 야당 지도자로써 그는 시리자를 중도 좌파 주류 정당으로 재편성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치프라스의 벼랑 끝 전술은 출구가 없는 그리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디언 칼럼니스트 시우마스 밀네는 칼럼에서 “국제채권단의 협상안에 따르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도 그리스는 2030년까지 끝없이 긴축을 해야 한다”며 “그리스 사태의 원인에는 EU의 단일통화제도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가 있는데도 메르켈 총리와 유럽중앙은행은 EU의 파열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스와 치프라스 총리의 항복만을 바라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오는 5일 실시되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는 가운데, 1일 그리스 아테네 아카데미에 세워진 아테나 여신상 뒤로 그리스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오는 5일 실시되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는 가운데, 1일 그리스 아테네 아카데미에 세워진 아테나 여신상 뒤로 그리스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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