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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부리고… 서면조사만 하고… 檢 '예측불허 수사기법'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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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부리고… 서면조사만 하고… 檢 '예측불허 수사기법' 맹탕

입력
2015.07.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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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생명 불구 3주 늦게 착수

증거인멸ㆍ말맞추기 가능성 유발

압수수색ㆍ계좌추적도 활용 안해

“처음엔 암담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숱한 밤을 지새우며 최선을 다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의 핵심 관계자는 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금품 로비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공여자 진술’ 확보가 더 이상 불가능한 이 사건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광범위한 자료 수집ㆍ분석을 거쳤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과정과, 그 결과를 둘러싼 의문점과 논란은 여전히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사실인지, 허위인지가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검찰은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의 주장 가운데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부분을 제외하곤, 다른 6명에 대한 의혹은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이 전 총리ㆍ홍 지사에 비해 애당초 수사단서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 또, 수사과정에서도 유독 이들 6명의 경우는 구체적인 관련자 진술이나 물증이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팀이 ‘대선캠프 3인방’과 ‘비서실장 3인방’의 금품수수 의혹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수사결과는 국민 법 감정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성 전 회장이 굳이 진실과 거짓을 섞은 주장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도 딱히 없어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리스트 작성 경위와 동기가 수사의 핵심 포인트이긴 하나, 쉽게 추단하긴 어렵다”면서 말을 아꼈다.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 파악에 검찰이 성공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수사 초기, 검찰이 의혹 대상자들을 곧바로 겨누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과거 행적 복원에 3주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 동안 리스트 인사들 측에서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측 불가능한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속전속결이 생명인 증거 확보에서 수사대상들에게 무려 3주라는 시간을 벌어준 점은 이해 못할 대목이다. 특히 그 이후에도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압수색이나 계좌추적 등 정통적인 강제수사 기법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홍문종 의원을 빼곤 서면조사로만 끝내는 등 ‘압박 카드’도 쓰지 않았다. 중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음부터 의혹 대상자 주변을 훑어서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해야 했는데, 정치권 시선을 의식해 너무 기교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소환 당시, 정작 핵심 혐의사실인 금품전달 부분에 대해선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던 ‘비밀주의’도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이런 수사는 처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경남기업 관계자 2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면서 검찰은 “본류(금품로비)와 지류(증거인멸)가 만날 수도 있다”고 했으나, 특별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점도 이번 수사의 한계로 지적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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