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이 엘니뇨 현상이나 강한 태풍 같은 기상이변 가능성을 고려해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8,090만㎾로 예상했다. 지난 여름보다 485만㎾가 증가한 양이다. 하지만 신규 발전기 준공 등으로 최대 수요 발생 때의 전력 공급 능력도 늘어 740만㎾ 안팎의 예비력이 확보돼 이번 여름철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력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2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보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전력 수요가 최대치에 달하는 시기는 보통 8월 2~3주다. 올해 이 시기 최대 전력 수요로 전력당국이 내놓은 8,090만㎾는 경제 성장에 따른 기본적인 수요 증가와 기상 변화가 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상을 반영한 수치다. 전력당국은 전기 생산을 시작한 신규 발전기가 있어 최대 수요 때 전력 공급 능력이 지난해보다 417만㎾ 증가한 8,830만㎾ 수준이기 때문에 “큰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다음달 말까지 전력 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 수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돌발상황은 이상기온이나 태풍, 대형 발전기 불시 정지, 송전설비 이상 등이다. 특히 기상이변은 전력 수급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3도 높아 중간 정도 강도의 엘니뇨 현상을 기록했고, 지속적으로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엘니뇨는 열대 중부지방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차이 나는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강수량 등 기상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과거 전형적인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의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에 미친 영향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7년과 2002년엔 최대 전력 수요가 전년보다 증가했고, 1982년과 1991년엔 감소했다.
이에 전력당국은 엘니뇨에 따른 기상이변 등으로 예상보다 최대 전력 수요가 느는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지난해 11월 문을 열어 총 15개 사업자가 참여 중인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245만㎾ 용량을 추가 예비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에선 최대 전력 수요가 넘어서거나 전력 수급 여건상 필요성이 생겼을 때 사업자들이 사용량을 줄여 실시간으로 여분의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일부 신규 발전기의 시운전 출력 77만㎾를 더해 총 322만㎾를 추가 예비력으로 확보하겠다는 게 전력당국의 방침이다.
또 만약 실제 전력 수급에 위기가 닥쳤을 때는 위기 단계별로 민간 자가발전기와 공공 비상발전기 가동, 전압 하향 조정, 수요조정제도 운영, 긴급 절전, 공공 냉방기 자율 중지 등을 통해 315만㎾를 더 확보하겠다는 비상대책도 이날 함께 나왔다.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 절약 유도책은 다음달 28일까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달 6일부터 문을 연 채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영업하는 가게는 규제 대상이다. 산업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합동점검 등으로 위반이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공기관의 실내 냉방온도는 28도 이상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냉방 방식이나 기관 특성 등을 감안해 2도 이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응해야 하는 의료기관이나 보건소는 실내 냉방온도 제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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