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공격성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반려견이 어떤 공격성을 보일 때 행동치료 상담을 받아야 할까.
공격성을 표현하는 행동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경고’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 더 다가오면 물어버리겠다라는 경고의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방어적 경고’고 다른 하나는 ‘공격적 경고’다. 방어적 경고를 표현하는 반려견의 대표적인 행동은 귀를 납작하게 만들고 몸을 낮추고 꼬리를 내린 상태에서 목덜미와 꼬리 뿌리 쪽 털을 꼿꼿이 세우고 이빨을 최대한 많이 보이며 으르렁거리는 것이다. 반면 공격적 경고를 표현할 때는 귀를 세우고 몸을 최대한 크게 보이게 하며 목덜미와 꼬리 뿌리 쪽 털을 꼿꼿이 세우고 이빨을 최소한으로 보이며 으르렁거린다. 방어적 경고를 보이다가 공격적 경고로 넘어갈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일부 예외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행동 중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런 행동을 보일 때에는 반려견에게 더 다가가지 말고 시선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만약 반려견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가간다면 반려견은 최후의 수단, 즉 물어버리기를 선택할 것이다. 반려견이 무는 행동을 하면 반려견은 원하던 최종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자신의 꼬리를 붙잡고 노는 사람을 어느 한계까지는 참아주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자신의 꼬리를 잡고 있는 손을 물어버릴 수 있다. 그 순간 손의 힘이 빠지면서 꼬리가 해방될 것이다. 이때 반려견은 공격성을 표출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이 이후로 반려견은 조금만 불쾌해져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빨리 얻기 위해 인내하지 않고 바로 격한 공격성을 보일 것이다. 쉽게 말해 자주 무는 개일수록 앞으로 무는 일이 더욱 잦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가 상처가 날 정도로 무는 행동을 처음 보였을 때 외면하지 말고 바로 행동교정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한두 번은 괜찮겠지’ 하면서 방치했다가 무는 빈도가 늘어나고 피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통증이 있는지, 호르몬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만약 그 무엇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행동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
행동치료 문의를 받다 보면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많은 경우가 보호자와 반려견의 불안한 관계 또는 보호자에 대한 공포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불안한 관계를 서열의 문제로 보곤 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더 이상 이런 관계를 서열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반려견이 가족구성원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무엇인가를 확인하려고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보호자와 반려견 간에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유대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공격성을 교정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이다. 이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하듯이 보호자는 반려견을 사랑해주고 다정해야 하지만 규칙을 확실히 정하고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의 경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강아지 때부터 이러한 사회화 교육을 실시하여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타인과 다른 동물을 해할 수 있는 공격성을 미리 차단?방지해야 한다.
만약 반려견이 공격성을 심하게 보여 피를 보더라도 파양할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전문가를 방문하여 왜 그런 공격성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파악해 보자. 상황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맞춤형 행동교정을 실시해야 한다.
이혜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국장(수의학박사ㆍ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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