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방연구개발사업 감사결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불량 장비를 합격 처리하고 납품받지 않은 장비 대금을 그대로 지급해 11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일 지난해 10~11월 국방부와 ADD, 방위사업청 등을 대상으로 국방연구개발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25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ADD는 2012년 A사와 무기 시험평가를 목적으로 시험용 제품인 자동조종모듈과 내부피해계측 장비 등에 대해 103억원대 납품계약을 맺었다.
전차자동조종모듈은 이동표적용으로 쓰이는 전차에 장착해 자율주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이고 내부피해계측장비는 전차의 온도나 진동, 충격 등 피해를 측정하는 장비다.
그러나 ADD는 전차자동조종모듈 11세트를 받기로 한 당초 계약과는 다르게 7세트만 납품받고도 나머지 4세트는 허위 서류를 만들어 손실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피해계측장비도 진동센서와 제어판 등이 부착되지 않아 작동이 불가능한데도 작동상태가 양호하다며 합격 판정을 내리고 정상 제품을 납품받은 것처럼 처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ADD가 A사에 국방예산 11억6,000여만원을 부당지급했다고 지적하고, 국방부에 검사 업무를 소홀한 ADD 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또 육군은 혹한기 전지 지속시간이 유지되는지 입증하지 않고 1.5V 알칼라인 상용전지와 3.7V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해 교육 훈련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해군은 일부 함정의 대함레이더와 항해레이더 교체 사안에서 반도체 형식의 신형 레이더 개발을 완료했는데도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레이더가 장착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ADD는 또 연구개발과정에서 제작한 시제품을 재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결과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낭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ADD가 시험개발한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시제품의 엔진은 2,500시간 사용 가능하지만 ADD는 34억여원을 들여 구매한 엔진 3대를 각각 8.4~154.8 시간만 사용한 뒤 방치했으며 동일한 엔진을 다시 구매할 예정이다.
아울러 감사원은 ADD가 국방예산으로 추진한 연구개발 결과물의 지적재산권 관리ㆍ감독에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ADD가 주관한 연구개발에 참여한 민간업체들이 특허 38건을 임의로 업체 명의로 출원해 등록한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했다.
감사원은 또 합동참모본부가 일부 함정에 설치한 레이더의 주파수 대역폭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승인한 내용과 다르게 운용한다며 민간 무선기지국과의 주파수 간섭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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