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 매입
계열사ㆍ협력사 등에 나눠줘
현대차, 소상공인에 할부금 유예
中企들도 '청년 1명 더 채용' 운동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여파 등으로 가라앉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삼성을 비롯해 LG, 현대차, SK는 물론이고 금융권과 중소기업들까지 나섰다.
삼성은 2일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고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지원하기 위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우선 여름 휴가철에 맞춰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원어치를 사들여 각 계열사의 협력업체 및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중소업체들을 격려하고 전통시장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설 명절 때는 200억원어치 상품권을 사들였다.
해외관광객 유치에도 나선다. 메르스가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에 중국, 베트남 등지의 거래처 관계자나 현지 협력업체 우수사원들에게 포상 휴가 차원에서 한국 관광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1,000명 정도의 동남아 관광객 수요를 끌어 올 수 있다”며 “이들을 통해 한국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관광 수요가 빨리 되살아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임직원들의 하계 휴가 또한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7월 말 ~ 8월초에 집중된 여름철 휴가를 앞당겨 실시하고 부서 사정을 살펴서 1주일 이상 장기 휴가를 적극 권장키로 했다. 또 직원들의 국내 휴가를 권장하기 ‘전국 휴양지 사진 콘테스트’ 를 실시한다. 삼성 관계자는 “직급이 높을수록 솔선수범해서 조기에 국내 장기 휴가를 가도록 적극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농촌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이달 중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동 사옥 등 전국 21개 사업장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연다. 매년 추석에 운영하던 2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던 직거래 장터와 별개다. 임직원 1만여명은 ‘1촌 1사 자매마을’을 비롯해 전국 200개 마을에서 농촌봉사활동도 벌인다.
현대자동차는 메르스 대책의 하나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3개월 간 자동차 할부금을 유예하고 차량 구입 때 할인 대신 전통시장 상품권을 골라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SK C&C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SK 계열사들은 이날 헌혈과 전통시장 살리기를 동시에 연계한 행사를 벌였다. 메르스 사태로 응급실이 기피대상이 되면서 부족한 혈액을 직원들의 헌혈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 헌혈을 한 직원 수 만큼 전통시장 상품권을 사들여 취약계층에 기부한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 챙기기에 나섰다. 400억원을 모아 협력업체에 대출해주는 ‘유 드림’펀드를 만들어 업체당 최대 1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경기가 어렵다고 협력업체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다. 또 그룹 차원에서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휴가를 떠나는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권도 대책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2만여 임직원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하고 이날 하루 구내 식당 문을 닫았다. 전통시장 장보기와 주변 식당가 이용 등을 통해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메르스로 격리됐던 순창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임직원 판매장터를 9일까지 열고 ‘임직원 헌혈행사’도 실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내 휴가를 독려하고 행사 선물 등으로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날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개막한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도 내수 진작을 위해 연초 계획한 투자를 그대로 집행하고 ‘청년 1명 더 채용하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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