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차 보험제도 악용… 보험금 11억 챙긴 사기범들

도난차량 보험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가로챈 사기범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거짓으로 차량 도난신고를 한 뒤 200만∼7,4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윤모(32)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도난신고 후 30일이 지나도 차량을 못 찾으면 보상금이 지급되고 이후에는 보험사가 차량회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8월 “중고차 딜러에게 BMW 차량을 팔아달라고 맡겼는데 딜러가 차를 갖고 잠적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 윤씨는 한 달 뒤 보험사로부터 7,400만원을 받아 챙겼지만, 경찰에 차량수배 해제를 요청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영화 촬영감독 유모(36)씨도 2013년 7월 아우디 차량을 채권자 D씨에게 담보물로 제공하고 D씨와 연락이 두절되자 강남구 커피숍 앞에서 차량을 도난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유씨 역시 보상금 2,530만원을 수령했다. 비슷한 수법으로 보험 사기극을 벌인 이들은 승려 보험설계사 주부 등 직군이 다양했다.

경찰은 최근 3년간 도난신고가 들어온 차량 2만여대 가운데 사기 혐의가 짙은 100여대를 추적해 이들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11명이 챙긴 보험금만 2억5,000만원에 달한다”며 “도난 차량에 대해 보험사와 경찰 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