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서울지방노동청장의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하 ‘이주노동자노조’) 설립신고서 반려 처분이 위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이주노동자노조는 2005년 4월 창립 이후 10년 만에 초대 위원장부터 6대 위원장까지 모두 추방되는 역경을 극복하고 합법노조의 지위를 확인 받게 되었다.
대법원은 그 판결에서 사용종속관계에서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설령 취업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포함된 노조도 법률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노동3권에 관한 헌법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 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국적, 인종, 성별, 사회적 신분 등을 따지지 않는다. 이러한 헌법 조항에 따라 노동조합법 역시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넓게 정하고,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결론은 노조 설립신고제도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할 권리, 즉 단결권은 결사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노조에도 헌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결사에 대한 허가제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우리 노동조합법은 노조 설립신고에 대해 행정관청에게 노동조합법상 결격 사유 유무를 심사하여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결사에 대한 허가제 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합헌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조 설립신고 제도는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보장하거나 노조의 본질에 반하는 노조의 출현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에만 합헌이므로,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사유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행정관청은 노동조합법상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정을 들어 이주노동자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위법을 저질렀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 위법을 바로잡고 노조 설립신고제도가 허가제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렇게 당연한 결론을 낸 판결이 이주노동자노조가 설립된 지 10년, 대법원에 상고가 제기된 때로부터 8년이 지나 그리고 주심 대법관이 김황식 대법관에서 양창수 대법관을 거쳐 권순일 대법관으로 두 차례나 바뀌고서야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법언이 있다. 이 격언은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재판에서 특히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정당한 판결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사회적 약자는 탄압과 차별에 노출되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좋은 판결을 선고했음에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사법부가 ‘소수자 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사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은 법원의 모든 구성원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관한 문제를 바라볼 때, 많은 우리 국민들도 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미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의 많은 수는 과거 불법체류자였으며 현재도 약 18만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외국인 속에 있는 우리 국민이 비록 불법체류자이지만 근로자로서 권익을 보호받기를 희망한다면, 우리 속에 있는 그들에 대해서도 같은 처우를 해야 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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