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이 점입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수 침체로 전반적인 유통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유독 국내 면세점은 2010년 4조 5,000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2014년에는 8조 3,000억원 규모로 두 배 가까이 커진 상황이고, 정부가 15년 만에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하니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겠다. 국내 면세점 사업이 최근 5년간 이렇게 급성장한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에 기인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경쟁력을 급속하게 잃어 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2010년 38%에 달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013년 26%로 12%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 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이 613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재방문율을 유지했을 경우 74만명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를 더 이상 방문하지 않는 중국인들은 일본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보다 무려 162만 명이나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아시아 각국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면세산업을 육성하면서 국가간 경쟁도 스포츠로 말하자면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쇼핑을 내수로 전환시키기 위해 지난해 9월 하이난섬 산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인 CDF몰을 열었다. 한국 최대인 롯데월드면세점의 여섯 배가 넘는 크기다. 일본은 소매점의 면세점화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면세산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자국의 가전ㆍ화장품 등을 외국인에게는 면세로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면세점을 1만개로 늘리기로 했는데 5년이나 앞당긴 올해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우리나라는 7월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3개를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치권까지 나서서 ‘경제논리’보다는 독과점이니 특혜니 하는 ‘정치논리’를 내세우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면세점 사업이 중국인 ‘요우커’를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의 선정이 대한민국의 면세산업의 판도뿐 아니라,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구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신규 면세점 사업자는 경쟁국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국가대표 선수를 뽑아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발할 수 있는 입지, 면세뿐 아니라 호텔과 같은 풍부한 숙박시설과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 등을 갖춘 사업자여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지연, 학연과 같은 비경쟁적 요소가 들어가면 승리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때 국가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선수,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선수를 선발하기를 바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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