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국교정상화 마무리 수순, 22일 개소식에 케리 참석 조율 중
쿠바 인권문제·對 쿠바 금수해제 여전히 쟁점 사항으로 남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오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쿠바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키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간 쿠바에서도 미국 수도 워싱턴의 쿠바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격상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로써 지구상 크고 작은 국가 가운데 미국과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는 북한, 부탄, 이란 세 나라만 남게 됐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이란 핵협상을 위해 스위스 비엔나에 머물고 있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달 22일로 예정된 아바나 미국 대사관 개소식에 참석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대사관 건물은 현재 이익대표부로 사용 중인 아바나 시 말레콘 거리의 7층 빌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빌딩은 1961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 직전 양국 국교단절을 선언하기 전까지 미국 대사관으로 사용됐다.
국교 정상화 협상 6개월만에 대사관 개설이 합의됐지만, 양국간 주요 현안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5월말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해제함으로써 쿠바가 미국 측에 요구한 전제 조건 중 하나가 해결됐으나, 쿠바의 인권문제와 미국의 대 쿠바 금수해제는 여전히 쟁점 사항으로 남아 있다.
저유가 충격으로 베네수엘라가 경제 지원을 중단한 이후 어려움을 겪어 온 쿠바로서는 미국이 우선적으로 금수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금수조치 해제 없이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금수조치 해제는 외교관계 재수립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미 의회가 전권을 쥐고 있다. 1996년 2월 플로리다 해협에서 쿠바 전투기가 미국 소형 민간항공기 2대를 격추된 직후,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금수조치 해제는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이른바 ‘헬름스-버턴’ 법을 마련했다. 특히 이 법에는 당시 피델 카스트로 의장과 라울 카스트로 국방부 장관이 축출된 정부가 들어서야만 금수조치를 해제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쿠바는 관타나모 미국 해군 기지 반환도 선결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쿠바의 인권 문제 해결과 카스트로 혁명 정부가 미국인과 미국 기업들로부터 몰수한 재산의 반환과 보상 등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권문제는 공화당 대선주자이기도 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계 유권자들의 강력한 요구 사항이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달 케리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권문제와 몰수재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사관이 개설되더라도 쿠바 주재 대사의 의회 인준에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의 대사관 개설 합의로, 쿠바가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 외교소식통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지시로 쿠바와 관계 정상화 협의를 벌여 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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