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세간 뒤흔든 거물 무기상
獨 잠수함 중개 1000억대 수수료
해외 은닉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해군 상대 청탁 등 비위 일부 포착
차세대잠수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무기중개업계의 ‘대부’ 정의승(76) 전 유비엠텍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정씨는 1993년 율곡 비리 사건에서 전직 해군참모총장에게 억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정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외재산도피 및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씨는 2000년대부터 독일 잠수함 제작 업체 하데베(HDW) 및 엔진 제조사 엠테우(MTU)로부터 받은 1,000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홍콩 등지의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특히 정씨가 차세대 잠수함 납품 비리에도 깊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해군이 2019년까지 도입하기로 한 214급 잠수함(1,800톤급) 9대는 HDW가 제작하고 MTU의 엔진이 장착된다. 하지만 2009년까지 인수한 안중근함 등 3대의 잠수함은 핵심 성능인 잠항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연료전지 모듈에 결함이 있었음에도 인수평가를 정상적으로 통과해 논란이 됐다.
합수단은 이미 안모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중장)에게 청탁과 함께 고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는 등 군을 상대로 한 정씨의 비위 사실 일부를 파악했다. 앞서 독일 언론은 정씨가 MTU 아시아지사로부터 받은 3,990만유로(약497억원)의 중개료가 뇌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고, 우리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태국에서 현장 실습 교육(OJT)를 진행하면서 향응과 고가의 선물을 제공했다고 2011년 10월 보도했다. 독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정씨는 안씨에게 “OJT에 불법적인 문제가 없었다는 해군 공식 서한을 받아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를 통해 2011년 10월 말 해군감찰실장 명의의 서한을 받은 정씨는 그 대가로 3,000만원을 전달한 것을 포함해 2011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총 1억7,500만원을 안씨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군사기밀인 장보고-Ⅲ 잠수함 건조사업 관련 문건을 빼낸 혐의도 함께 받고 있으며 지난 2월 구속기소 됐다.
해군 중령으로 전역한 정씨는 MTU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한 후 1983년 학산실업을 설립해 본격적인 무기중개업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꼽힌다. 정씨는 학산실업 대표로 있으면서 우리 군의 무기와 장비를 현대화 하는 율곡사업에 참여, 당시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정씨는 이후 유비엠텍을 설립해 무기중개업을 이어갔으며 잠수함ㆍ군함 뿐만 아니라 K2 전차의 독일산 파워팩(엔진+변속기) 중개 사업에 참여하면서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