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들은 1일 일제히 취임 1년을 맞아 성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를 되짚고, 비전을 논하며 시민들과 희망을 공유하려는 공식 행사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이 날 회견을 궁금해하고, 주목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날 회견에서 ‘비전 2030’을 선언했다. 그는 ‘스마트 커넥션, 부산’을 기치로 내걸며 3대 도시 목표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2020 경제 비전’을 밝히며 새로운 도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권선택 대전시장은 좀 달랐다. 그는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운을 뗐다. 아직도 비전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소통이 안된다는 말이 사라져 다행이라는 자찬을 더했다.
권 시장은 산적한 현안에 이르자 특유의 어눌한 표현을 답습하기 바빴다. 용산동 호텔부지의 아웃렛 입점 추진과 관련한 질의가 나오자 역시 즉답을 비켜갔다. “아직 여러가지를 검토 중이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달라” 여러 달 전에 했던 발언 수준을 여전히 반복하는데 그쳤다. 집단민원에 휩싸인 갑천호수공원 개발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임시장 때 시작한 일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않더니 채근이 이어지자 “내가 생각이 없겠는가”라며 잠시 기자와 맞선 게 다였다.
권 시장은 범죄 전과 이력의 인사를 그것도 비공개로 정책특보에 임명해 의혹을 자초했지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한 배를 타고 있는 시당위원장 출신 이상민 의원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은 사이언스 콤플렉스 협약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신세계측에 지역업체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는 설명에 그쳤다. 하지만 엑스포과학공원내 IBS구간 지장물 철거공사와 관련해 이미 충주 등 타지 특정업체가 독차지하다시피 한 걸 보면 이마저도 기대는 섣부르다.
권 시장에게는 취임 직후 촉발해 여전히 진행형인 큰 짐이 얹혀있다. 공정한 선거를 하지않았다는 혐의로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촉발된 사건은 시민들을 피곤하게 했다. 시민이 되레 시장을 걱정해야 하는 불행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취임 1년의 회고와 희망을 논하는 이 날도 예의를 갖춘 대시민 사과는 생략했다. 덕이 없음을 스스로 탓하고, 이를 두려워하며 반성하는 겸허한 리더의 모습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이날 회견은 시종 맥없이 흐르다 40여분만에 이렇게 끝났다. 반성도, 도전도, 결기도 뭐 하나 각인될만한 담론을 찾기 어려웠다. 민주개혁세력을 자임하며 당당한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한 해 전의 취임사가 무색했다.
한 시민이 회견장에 불쑥 들어서 시장에게 질문을 하려다 제지당한 소동만 또렷한 잔상으로 남았다. 그는 소통과 경청을 중시하는 시정에 주력했다고 자랑하는 권 시장을 향해 공허한 울림을 남겼다.“시장님과 만나 대화하고 싶지만 너무 어렵습니다. 이 자리에서라도 말 좀 하게 주세요”
최정복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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