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발레단의 75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수석 무용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ABT는 30일 웹사이트를 통해 “솔로이스트인 미스티 코프랜드(32)를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다”고 밝혔다. 1940년 창단한 ABT는 그동안 백인이 주류인 고전발레 무대의 경향을 따라 흑인을 수석 자리에 올리지 않았다.
코프랜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13살 때부터 키워온 꿈이 바로 수석 무용수가 되는 것이었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이 자리에 오른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아이들이 인종 때문에 어려서부터 춤 추기를 포기한다”며 “이러한 현실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출신인 코프랜드는 19살 때인 2000년 ABT에 입단한 뒤 2007년 솔로이스트에 임명되고선 거의 모든 주요 작품에 출연했다. 흑인이 드문 발레 무대에 실력까지 갖춘 코프랜드가 등장하자 예술계는 그에게 큰 응원을 보내왔다. 코프랜드는 올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미 CBS 방송은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코프랜드는 특히 인종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낸 자사전에서 “두려운 것은 또 다른 흑인 여성이 엘리트 발레단에서 내가 오른 위치에까지 오르는데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내가 수석 무용수가 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내가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코프랜드가 자신의 숙원을 이루며 “75년의 장벽을 깼다”고 평가했다.
코프랜드의 승급을 예견해 온 관객들은 지난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오데트-오딜 역을 맡은 그에게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코프랜드 승급과 함께 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줄리 켄트와 팔로마 헤레라, 시오마라 레이즈 등 3명은 은퇴하게 됐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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