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적시는 비 오는 날이 좋아요."
박지윤이 1년 만에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목소리는 더 촉촉하게, 눈빛은 더 그윽해졌다.
박지윤과 싱어송라이터 정재원의 합동 공연이 열린 6월 30일 서울 홍대 앞 브이홀. 때마침 주변은 공연 직전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이 좋다던 박지윤은 감성적인 노래로 90분을 꽉 채웠다. 드럼 없이 오로지 기타와 건반 만으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살리며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가수 활동은 1년 만이다.
"아주 많이 떨렸다.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처음이 너무 긴장됐다. 무대는 항상 그렇다. 하지만 비가 와서 분위기가 아주 좋은 것 같다."
-비 오는 날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 혼자 프로듀싱 했던 7~8집 노래들은 다소 우울한 감성이 많이 있다. 더울 때보다 선선하고 비 오는 날씨를 선호한다."
-공연에 많이 신경 쓰려는 모습이다.
"앞으로 많이 하고 싶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공연 생각이 많이 나더라. 공연 위주의 활동을 많이 할 것 같다. 준비하고 있는 9집부터는 직접 프로듀싱 하면서 원래 내 스타일대로 꾸려갈 생각이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이니 메인 프로듀서 윤종신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었겠다.
"그래서 1년이 걸렸다. 새 둥지에서 다른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음악 하는 것도 좋았지만 다시 한 번 내 색깔을 내고 싶었다. 가수, 음악 하는 사람으로 길게 남고 싶은 마음이다. 30대 중반의 여자 감성, 박지윤표 음악이다. 그렇게 서로 의견을 조율했고 윤종신 선배도 응원을 해줬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진지하게 나의 길을 돌아봤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다양한 길도 생각했다. 이 시점에서 나랑 닮은 음악을 하고 내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사실 돌아보면 내 또래 가수들이 많지 않다. 어렸을 때 데뷔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기까지 왔다. 같은 길을 살아온 사람도 없으니 물어볼 대상도 없더라.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현재 어린 아이돌 가수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존재로 보이는데.
"어깨가 무겁지만 꼭 그 것 때문은 아니다. 먼 훗날 각자의 길을 고민할 때 박지윤이란 선배 가수가 이런 음악을 했고 이런 목소리를 냈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고맙겠다."
-미스틱, 윤종신과 연을 맺은 지도 벌써 2년이 됐다.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미스틱은 내 생애 제일 좋은 곳이라고 늘 얘기한다(웃음). 사람 좋고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하겠다는 것을 잘 들어주고 지원해준다. 특히 윤종신 선배는 음악 얘기도 많이 나눠주고 후배가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많이 실어준다. 또 체계화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음악적으로 동경하는 대상이 있다면.
"조니 미첼(72)이다. 그 연세가 될 때까지 자기 음악을 하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앨범을 내고 있다.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 나이까지 음악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마라톤으로 가정해 지금 중간 지점이라고 치면 앞으로 남은 거리는 어떻게 달려갈 생각인가.
"앞 일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사람은 아니다(웃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내 앨범 내고 공연하고 그러면서 살고 싶다. 뻔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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