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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가 대전략 논쟁을 제안한다

입력
2015.07.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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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가 대전략에 대한 논쟁다운 논쟁이 없다. 한국은 최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관련해 미국의 눈총을 받은 것, 집단적 자위권 적용 범위를 확대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2015)’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 가능성이 증대된 것,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미국의 압박을 받는 것 등 주변 강대국들 특히 미중간의 세력 다툼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용어로 포장되기는 하나 기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지속하려는가? 이젠 단기적, 이슈별 임시방편적 대처, 혹은 기존의 협소한 일정 틀 내 소논쟁을 뛰어넘어서 장기적, 큰 틀 자체를 놓고 대논쟁을 벌여야 할 시점이다. 국가 대전략의 기본방향은 통일지향적이고, 주변국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도모해야 함은 물론, 주변강국들이 서로 대결적 방향으로 나아갈 때 적극적으로 중재ㆍ완충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 중견국인 한국은 국제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초당적 합의를 전제로 미래의 언젠가 새로운 국가 대전략을 채택해 선언ㆍ실천해야 한다. 국가 대전략 논쟁에 불을 붙인다는 의미에서 여기서는 (일단 북한은 빼고)남한만이라도 스위스처럼 중립국이 될 것을 중간목표로 잡고, 먼저 그 외교적 사전작업을 개시할 것임을 세계만방에 공표한 후 30~40년에 걸쳐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거 강대국들이 흔히 약소국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하던 영세중립이라는 법적 지위에 대한 소극적, 수동적,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강조하건대 기존의 중립화통일론자들처럼 남북한 동시중립화통일을 단시일 내, 혹은 당장 추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깊은 불신과 불화로 남북한이 제대로 교류조차도 못하는 상태에서 남북한 동시중립화란 현실성이 없다. 오히려 남한만의 ‘적극적, 능동적’ 중립화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외교정책사안들을 조율해나가면서 1단계 목표를 달성하고, 그에 따르는 긴장완화 효과를 바탕으로 2단계 중간목표로 북한만의 중립화를 유도해 궁극적 3단계로 남북한 합의와 주변강대국들의 보장으로 오스트리아처럼 중립화통일국가를 형성하는 것이 동시중립화보다 훨씬 더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 나의 핵심적 주장이다.

이 모든 과정을 몇 년 내에 조급하게 추진하자는 것이 아니라,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부터 또 다시 70년이 걸리더라도 통일을 향한 장기적 비전을 갖고 조금씩이라도 나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을 떼어 보자는 것이다.

남한만의 중립화 주장을 나는 별생각 없이 무심코 발설하는 것이 아니다. 1986년 중립화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이 화두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석사논문을 마무리 짓는 순간 남북이 분단되고 적대적 대치를 계속하는 한 중립화통일은 사실상 공염불이라는 생각에 좌절감에 빠졌고, 그 후 상당기간 관련 연구를 중단했다.

하지만 2년 전 기존 남북한동시중립화 관련 찬반양론의 오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중립화안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글을 썼고, 오는 8월 영문학술지(‘Pacific Focus’)에 이 칼럼에서 간략히 소개된 내용의 논문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 주장은 이런 학술적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바로 지난 주(6월 26, 27일)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여수회의에서도 공식으로 발표했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고차방정식의 해법은 바로 한민족의 화해이며, 중립화전략은 그를 위한 수단이다. 이 주장에 대한 반론ㆍ논쟁을 기대한다.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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