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
두 주역 테라 맥로드·딜리스 크로만
의자 하나, 사다리 두 개로 대극장 무대를 압도하는 두 여배우.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34개국 2,200만명이 관람한 뮤지컬 ‘시카고’다. ‘시카고’ 뉴욕 오리지널팀이 8월 8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2년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재즈의 본 고장에서 온 14인조 빅밴드가 만드는 라이브 연주에 맞춰 ‘올 댓 재즈’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최근 만난 시카고의 두 주인공 테라 맥로드(42·벨마 켈리 역), 딜리스 크로만(38·록시 하트 역)은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넘친다. 수백 번 똑같은 연기를 했는데, 질렸다면 벌써 그만뒀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각각 2003년 2008년부터 ‘시카고’의 뉴욕 브로드웨이와 해외투어 무대에 서왔다.
“피곤하고 지친 날도 무대에 서서 서곡을 듣는 순간 에너지가 생겨요. 18살 때부터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는데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음악, 춤, 스토리텔링이 탁월하죠.”(틸리스 크로만) “안무가인 밥 파시가 연출가, 극작가 출신이라 춤에 이야기가 다 담겨 있어요. 이 리듬을 상대 배우와 맞추는 게 중요해요.”(테라 맥로드)
작품은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여배우 벨마 켈리, 정부를 살해하고 교도소로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를 통해 돈이면 다 되는 20년대 미국의 세태를 풍자했다. 맥로드는 “흔히 벨마가 록시를 질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두 사람이 출감해 쇼를 함께 하는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록시의 명민함을 재빨리 알아채고 존중하는 성격이라고 해석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벨마가 히스테리 부리는 장면은 거의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크로만이 해석한 록시는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에서 처세의 달인으로 변해가는 인물”이다. “순진한 얼굴 뒤에 어떻게 머리를 굴려야 살 수 있는지 아는 똑똑한 여자죠. 두 사람이 경쟁심리가 있는 거지 물고 헐뜯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도 오랜 기간 연기하면서 알게 된 점이죠. 양파처럼 까도 까도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 캐릭터에요.”
7~12년간 같은 배역을 맡아온 배우들은 밥 파시의 간결하면서도 섹시한 춤을 소소한 근육 움직임까지 살려 보여준다. 귀에 익은 뮤지컬 넘버는 녹음된 음반처럼 깨끗하게 불러낸다. 격정적으로 춤을 추면서 깨끗한 고음으로 노래하는 비결을 물으니“오래 연습하면 노하우가 쌓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느 부분에서 숨을 아꼈다가 발산하는지, 어떤 춤에서 근육을 쉬게 하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죠.”(테라 맥로드)
한국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는 두 사람은 관객들의 호응에 달뜬 표정이었다. “공연예술 수준이 높고 호응 잘해주는 관객들이 많다고 들어서 공연 전부터 기대했다”며 “서울은 아시아의 브로드웨이 같다”(테라 맥로드)는 찬사를 이었다.“메르스 때문에 가족들이 한국행을 반대했는데 와서 보니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도 않네요. 객석 텅 비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마스크 쓰고 극장 찾는 관객 볼 때마다 감사할 따름이에요.”(딜리스 크로만) 1544-1555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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