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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강제노역, 그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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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강제노역, 그 악순환…”

입력
2015.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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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노숙인 상대 일자리 알선 브로커의 고백

승ㆍ하선 반복하지만 ‘시꾸미’ 빚잔치에 놀아나

정신지체장애 2등급인 A씨는 부산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지난 3월 브로커를 통해 전북 군산의 한 새우잡이 배를 탔다. 하지만 A씨에게 지난 3개월은 고역이었다. 치료약을 제때 먹지 못했고, 일반인도 견디기 힘든 노동강도를 버티며 정신과 육체는 피폐해졌다. 경찰이 지난 25일 A씨를 군산의 한 모텔에서 발견했을 당시, A씨는 스스로 모든 옷가지와 휴대전화를 버린 상태였고 상대방을 잘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의 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역 노숙인들을 상대로 한 일자리 알선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불법 브로커들은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노숙인들에게 접근한 뒤, 속칭 ‘시꾸미(브로커가 숙식, 생필품, 성매매 등을 제공하고 피해자에게 남는 채무)’를 통해 임금 대부분을 빼앗아 이들의 꾐에 한번 넘어가면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영영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자신을 전직 브로커라고 소개한 B씨를 부산역광장 인근에서 만났다. B씨는 과거 5년간 전라도 등지에서 브로커로 활동해 부산역 일대 불법 브로커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B씨는 “노숙인들은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B씨의 설명은 이렇다. 브로커 총책은 경험자들을 이른바 ‘안테나(브로커 중개책)’로 모집한다. 선원모집 과정에서 총책으로부터 1인당 10만~15만원을 받는 안테나는 형, 동생으로 묶인 노숙인들 사이에서 그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힘들지, 배 한번 타볼래”라며 선원들을 꾄다는 것이다. 특히 노숙인들은 연간 1,000만~1,500만원 정도의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약속 받지만 배에서 내리면 거의가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속칭 시꾸미 탓이다.

B씨의 설명은 이어졌다. “배를 타겠다”고 말을 하자마자 시꾸미는 시작된다. 불법 브로커들은 배를 타기 전 돈이 없는 노숙인들에게 숙식과 술, 성매매 등을 제공하는데 이게 모두 채무다. 통상 배를 타기 전부터 500만원 정도의 빚지게 된다는 것이다. 배를 타고도 시꾸미는 계속된다. 바다 위 조업기간이 3개월이나 긴 경우도 있고, 내린다고 해도 육지에서 뚝 떨어진 외딴 섬이기 때문에 운반선이 배에 다가와 옷과 치약, 수건 등 생필품을 내려주는데 이 때 운반비 등을 이유로 1만원 상당의 생필품은 10만원이 되고 10만원은 100만원이 되는 등 시꾸미 때문에 돈을 모으기는커녕 되레 빚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브로커들은 정신지체자와 장애인, 지병을 앓고 있는 노숙인들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상대적으로 인신구속이 쉬운 이들이 되레 범행목표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노숙인들이 선주에게 돈을 요구하면 “브로커에게 이미 다 지급했으니 가서 받아라”고 돌려보낸다. 하지만 씩씩대며 브로커를 찾아 가지만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매일 봤던 얼굴들이고 형, 동생했던 사이인데다가 그간 시꾸미 비용을 하나씩 따지고 숙식과 술, 성매매를 제공하면서 “이번엔 편한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달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또 시꾸미가 된다.

그는 “돈이 없는 노숙인들이 다시 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는 구조상 노숙인들은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씨에 대해 강제노역이 이뤄졌는지 브로커와 선주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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