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마리텔' 성공에 자극
"유행 아이템으로 접근 위험" 시각
2009년 시청률 30%를 넘나든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인기를 누리던 은지원 이수근 김종민이 나와 기대를 산 tvN 예능프로그램 ‘세 얼간이’는 방송 1년 만에 폐지됐다. 대본 없이 시청자와 출연자가 인터넷으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시도는 파격적이었지만, 내용이 없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쌍방향 소통, 편집 없이 방송을 내보내는 즉흥성에 빠져 전개가 산만한데다 출연자들이 방송을 주도하지 못하고 시청자 의견에 끌려다니며 웃음을 주지 못한 탓이다.
‘세 얼간이’가 문을 닫은 지 2년 만인 올해 방송가에 다시 온라인 실시간 소통 예능이 쏟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 인기를 끌자 CJ E&M 등이 경쟁적으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란 형식에만 집중하고 정작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S는 ‘어 스타일 포 유’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와 네티즌의 실시간 소통 방식을 활용했다가 콘텐츠창의센터에서 ‘마이리틀텔레비전’ 따라하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리브TV는 실시간으로 네티즌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 받아 배달까지 해주는 ‘주문을 걸어’방송을 16일 앞두고 있는데, 정작 요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출연자가 없어 ‘세 얼간이’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다.
이를 두고 방송평론가 김교석씨는 “온라인 실시간 소통을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보는 방송사들의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온라인 실시간 소통으로 인기를 끈 게 아니라 셰프 백종원이란 콘텐츠와 그와 네티즌 사이 실시간 소통을 적절한 편집을 통해 양념으로 활용해 인기를 누린 것인데 이를 단순히 쌍방향 소통으로만 접근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건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온라인 실시간 소통이란 형식이 과연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적절한 것인지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TV 등 기존의 온라인 방송과 다를 게 없는 셈인데 ‘그걸 왜 보고 있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제작진이 편집을 통한 거름종이 역할을 해 재가공할 때 방송으로서 가치와 의미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주문을 걸어’ 측은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되지만 편집을 거쳐 방송으로는 한 시간으로 압축해 내보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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