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前 부유한 곳 이사하면
연봉 30% 증가, 통계서 드러나
맹자 어머니가 아들 맹자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고사가 실제 효과가 있음이 미국에서 통계적으로 검증됐다. 빈곤율이 높은 지역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이사했을 경우, 어린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고 성인으로 자랄 가능성이 그만큼 높고 연봉도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30%나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자녀를 위해 이사한다면, 최소 13세 이전에 실행해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30일 내놓은 ‘어린이에 대한 좋은 이웃 노출 효과’보고서에서 1990년대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빈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벌인 ‘기회를 향한 이사’(MTO) 프로젝트에 선발된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어린 자녀의 학업 성적과 졸업 후 직장 연봉이 이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가족보다 3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MTO란 빈민 가구가 몰린 지역에서 빈곤의 대물림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기 위해 90년대 중반 미국 연방정부가 일부 가구를 무작위로 뽑아 중산층 거주지역으로의 이주를 조건으로 주택 바우처를 지급한 정책이다.
NBER에 따르면 MTO 대상으로 선정될 당시 13세 미만이었으나 2015년에는 성인이 된 사람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대학 진학률이 빈민 거주지에 잔류했던 동료보다 16%나 높았다. 또 이들의 연봉도 빈민 거주지 잔류자(1만1,270달러)보다 3,477달러나 높았다.
NBER은 그러나 MTO의 긍정적 효과는 이주 당시 어린이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반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특히 13세가 넘어서면 오히려 이주하지 않은 가정의 또래보다 대학 진학률이 낮고, 성인이 된 후의 연봉도 967달러나 낮았다. NBER 연구진은 “사춘기로 접어들어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낯선 환경으로 이주한 것이 오히려 나쁜 영향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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