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수 톰 웨이츠. 그는 201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4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 잭 케루악 등 비트 세대의 영향을 받은 시인이기도 하다. 사진집을 내기도 했고, 뮤지컬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그의 목소리는 뭐랄까, 슬프고 거칠고 부드럽고 웃기다고나 해야겠다. 더 설명하긴 힘들다. 그의 노래 중 ‘피아노가 취했어(The Piano has been drinking)’란 곡이 있다. 위스키를 내리 두 병 정도 나발 분 듯한 목소리로 그는 “카펫은 머릴 깎아야 하고 전화기는 담배가 다 떨어졌다”는 둥의 소리를 능청스레 지껄여댄다. 자신이 취해 만사가 왜곡돼 보이는 걸 애꿎은 피아노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일종의 노래주정인 셈. 그럴 때 그는 아이 같기도 바보 같기도 현자 같기도 하다. 듣고 있으면 쓸쓸하면서도 웃기다. 그가 찍은 사진은 주차장 바닥에 흘린 기름 자국에 비친 형상들을 담고 있다. 그걸 한참 들여다 본 적 있다. 실체를 알 듯 모를 듯 비틀린 그것들이 왠지 더 표일한 세계의 실상인 것만 같았다. 일견 어둡고 퀴퀴하지만, 농담과 역설의 기지로 살피면 전혀 달리 보이는 세계의 숨은 결들. 문득 그의 걸걸한 목소리가 이렇게 노래하는 듯했다. “이봐, 네가 취한 게 아니라, 세상이 취해 있는 거라구. 기름때 안에 천사가 안 보여?” 그래, 정말 그런 듯도 싶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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