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 B조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7 하변 백 대마가 아직 완생이 아니다. 물론 1, 3 다음 15로 두면 간단히 연결이지만 그건 단순히 공배를 이어가는 셈이어서 내키지 않는다. 박영훈이 먼저 4로 하변 백 두 점을 살린 다음 박정환이 5로 백돌을 잡는 것을 기다려 6으로 패를 걸어간 게 교묘한 수순이다. 8로 내려서는 절대 패감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정환이 일단 9로 받았지만 10(△) 때 마땅한 패감이 없으므로 결국 패를 포기하고 11로 물러섰고, 박영훈이 기분 좋게 12로 빵따내서 깔끔하게 살아 버렸다. 게다가 흑은 13으로 한 수 더 보강이 불가피하다. 그러자 백이 14로 밀고 들어가 흑돌 전체의 근거를 없애면서 공격을 하게 돼 부분적으로 상당히 이득을 본 셈이다.
그런데 박영훈이 바둑이 잘 풀리는 듯하자 조금 방심했던 것일까. 참고도 1부터 5까지 진행됐을 때 갑자기 6으로 물러선 게 너무 한가했다. 지금은 무조건 7로 늘어야 했다. 이른바 ‘부자 몸조심’이랄까, 형세가 괜찮다고 생각되자 문득 대마의 생사가 신경 쓰였던 모양이지만 흑에게 7로 두점머리를 얻어맞은 게 너무 아프다. 13까지 진행되자 순식간에 중앙이 시커멓게 번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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