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남부 지역의 흑인 교회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자, 증오 범죄와의 연관성을 캐고자 미국 연방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9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21일 테네시 주 녹스빌의 칼리지 힐 제7일 안식일 재림 교회가 불에 탄 것을 비롯해 조지아 주 메이컨(2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워런빌(26일)의 흑인 교회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경찰은 24일 테네시 주 깁슨 카운티, 26일 플로리다 주 탤러해시의 흑인 교회에서 난 불에 대해 번개나 누전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고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명 사고는 나지 않았으나, 샬럿 흑인 교회의 화재는 크게 번져 불을 끄려고 소방관 75명이 출동하기도 했다. 교회 본관이 전소한 탓에 이 교회는 25만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봤다.
미국 언론과 수사 기관은 이번 화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 교회 총기 참사 이후 일주일 사이에 발생한 사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7일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백인 청년 딜런 루프(21)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총격을 퍼부어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미국의 뿌리 깊은 흑백 차별이 다시 한 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인권 단체인 남부빈민법센터(SPLC)는 흑인 공동체의 상징이자 중심인 흑인 교회를 겨냥한 백인 우월주의자의 습격이 남부에서 자주 발생한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화재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흑인 혐오에 따른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루프의 범행 이전 흑인 교회를 표적으로 삼은 백인 우월주의자의 공격 중 최악의 참사는 1963년 앨라배마 주 버밍엄의 흑인 침례교회 폭발 사건이다. 쿠클럭스클랜(KKK) 단원 4명이 다이너마이트를 동원해 자행한 폭탄 테러로 4명의 흑인 소녀가 목숨을 잃고 약 20명이 다쳤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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