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협상 결렬돼도 '체납' 해당… 당장 디폴트엔 안 빠져
은행들, ECB 긴급 대출에 의존… 금융불안 계속되면 지원 끊겨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추가 연장 없이 30일 종료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 유로그룹의 구제금융 협상 결렬과 디폴트 선언,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분주하다. 그리스 사태의 앞날에 대해 궁금한 점을 Q&A를 정리했다.
Q. 그리스가 IMF에 돈을 갚지 못하면 바로 디폴트에 빠지나?
A. 그리스가 30일까지 IMF 구제금융을 갚지 못해도 당장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IMF는 회원국의 부채 상환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으로 규정하며,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민간 채권자에 대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정의한다. 부채 상환 실패 이후 그리스는 쿠바와 짐바브웨의 경우처럼 IMF 회원 자격은 유지하나 밀린 빚을 갚을 때까지 IMF로부터 어떤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기술지원을 받을 수는 있다.
Q. 그리스 은행의 미래는?
A.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ECB는 그 동안 그리스가 요청할 때마다 높여온 긴급유동성지원금(ELA)의 한도를 현행 수준인 890억유로에서 동결했다. 더 이상은 그리스의 사정을 봐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그리스의 뱅크런을 계속 막아줄 수는 없다는 의사 표명이며, 구제금융 연장으로 금융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리스 디폴트 이후 파산이나 국유화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Q. 그리스가 디폴트 이후에도 유로존에 남아있을까?
A. 확실하지 않다. 유로존 규칙에 따라 회원국은 계속 대출상환을 요구 받게 된다. 채무부담에서 벗어나려면 EU 탈퇴가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회원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전례도 관련 절차도 없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국민투표가 그렉시트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희망과 상관없이 ECB의 구제 금융이 끊기면 그리스는 자체 통화인 드라크마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렉시트가 불가피한 것이다. AP통신은 “그리스가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가 돈을 찍어내면 드라크마는 평가절하되고 인플레이션 등 급격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Q.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 찬성이 이뤄질까?
A. 그럴 가능성이 높다. 28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등에 따르면 전날 긴급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7%, 반대는 33%로 나타났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그리스 국민들은 정부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찬성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민투표에서 찬성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이어서, 그의 사임과 조기총선 등 정국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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