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A 코리아오픈 중국 부호에 팔려
8년 후원ㆍ소유했던 한솔제지 측 "국내선 인수 의향 기업 안 나타나"
올해 대회 서울 개최도 불가능할 듯
한솔제지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대회 코리아오픈 개최권이 홍콩 스포츠매니지먼트사에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한솔 관계자에 따르면 “조동길 한솔 그룹회장이 테니스 협회장자리를 내놓은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제지 업종과 무관한 WTA 개최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어울리지 않아 결국 개최권을 팔았다”며 “개최권을 국내 10대 그룹들에게 넘기려고 수 차례 타진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까지는 한솔이 개최권을 가지고 있다”며 “내년부터 홍콩 매니지먼트사가 개최권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원홍 한국테니스협회장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2015 윔블던 테니스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아시아테니스연맹(ATF)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ATF 관계자는 주 회장에게 “몇 주 전 중국 출신의 부호가 아제르바이잔 바쿠, 태국 파타야 등을 포함해 서울에서 열리는 WTA 개최권을 구매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추석 즈음에 열린 코리아오픈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가 열리지 않는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투어급 대회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등 내로라 하는 세계 정상급 여자 테니스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무대였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선수들에게도 톱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볼 수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총 상금 50만달러로 전세계 33개국에서 200여 명의 선수가 대회에 출전했다.
2004년 창설된 코리아오픈은 2011년까지 8년 동안 한솔제지가 공식 후원사를 맡아 한솔 코리아오픈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올림픽공원 코트에서 개최됐다. 이후 2012년부터 2013년까지 KDB산업은행이 나서 대회 명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을 십여년 후원하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하지만 한솔 측은 개최권을 해외로 넘겼다고 해서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솔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나 개인이 대회를 개최하려고 한다면 홍콩 매니지먼트사가 개최권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언제든지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최권을 구매한 매니지먼트사는 다른 도시에 개최권을 임대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회장은 “한솔측에서 아직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9월에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윔블던=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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