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에 고객수익률도 반영
삼성증권 소속 프라이빗 뱅커(PB) A씨는 최근 PB평가에서 순위가 비약적으로 뛰었다. 평소 상위 20% 정도이던 그의 등수는 올해 2분기부터 상위 5% 수준까지 향상됐다. 전체 PB가 9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앞에 있던 100명 이상을 추월한 셈이다.
A씨의 성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바로 최근에 바뀐 삼성증권의 평가보상제도 덕분이다. 29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2분기부터 PB평가에 ‘고객수익률’ 항목을 직간접적으로 45% 반영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100위 내 상위권 PB의 70% 정도가 바뀌는 순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기존 PB 평가에 가장 많이 고려된 요소는 바로 매출이었다. 고객수익률 관련 항목은 아예 없었다.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PB가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고객에게 상품을 많이 파는 PB가 승진도 빨리 하고 성과급도 많이 받기 마련이었다.
PB 평가보상제도를 바꾼 것은 1월 윤용암 사장 취임 직후다. 윤 사장은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단기 수익을 잠시 포기하더라도, 고객의 수익률을 높여 우수 고객을 장기 유지하는 쪽으로 접근방식 자체를 바꿨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 매출만 보며 판매만 주력하던 증권업계의 관행은 장기적으로 고객 이탈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왔다”며 새로운 평가보상 제도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도입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성과는 꽤 긍정적이다. PB 등수는 고객 수익률 위주로 완전 재편됐다. 전체 PB를 상ㆍ중ㆍ하로 나누어 관리 고객 수익률을 비교해 봤더니 하위그룹에 비해 상위그룹 수익률이 3.52배 높았다. 또 PB들이 담당고객들에게 훨씬 더 신경을 쏟게 됐는데, 새 평가제도 도입 후 PB의 고객 접촉 빈도가 5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바뀐 평가제도에 일선 PB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남경욱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고객 수익률부터 신경을 쓰니까 고객 앞에서 더 자긍심이 생긴다”며 “PB가 고객수익률에 집중하면 그 고객이 다른 금융회사에 있던 자금까지 우리 쪽으로 몰고 오지 않겠느냐”라고 기대했다.
‘회삿돈’보다 ‘고객돈’에 더 신경 쓰도록 한 평가방식이 단기적으로 매출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렵겠지만, 삼성증권은 단기간의 부작용은 견뎌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률 중심 평가제도 결과 고객은 우수한 수익률을 거두고 회사는 관리자산 증가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며 “고객과 회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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