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소환 불응… 李, 연락 끊어
成 리스트 인사들과 형평성 논란
"명분 준 검찰의 자충수" 지적도
‘성완종 리스트’를 넘어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정치인의 금품수수 의혹까지 수사하던 검찰이 난관에 봉착했다. 성 전 회장한테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는 이인제(67) 새누리당 의원과 김한길(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선 리스트 인사 6명과는 달리, 이들에겐 서면조사 없이 곧바로 출석을 요구, ‘소환 불응’의 명분을 준 게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에 따르면 이 의원과 김 의원은 검찰의 두세 차례 출석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 의원이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을 통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김 의원은 2013년 5월 옛 민주당 당 대표 경선 무렵 3,000만원을 각각 전달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 8명과는 별개로 검찰은 두 의원의 이런 혐의를 잡고, 지난 20,21일 각각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이 의원은 “해외 출장이 있다”며, 김 의원은 “당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이유를 들어 소환 일정을 미뤘고, 검찰은 이에 이 의원에겐 27일, 김 의원에겐 24일 출석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 “일부 출장 일정을 취소한 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확약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모두 “망신주기 수사”라면서 검찰 소환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꼬이게 됐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24일에 이어 26일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이 의원 또한 예상과 달리 27일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검찰과 연락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불러 조사한 뒤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리면서 이번 수사를 마무리하려 했던 검찰로선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문제는 이제 검찰이 쓸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일단 28일 “국회 회기 중인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면서 두 의원에게 다시 소환을 통보했으나, 이들이 종전 입장을 뒤집고 출석에 응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체포영장 청구’인데, 검찰이 이를 택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어 체포영장 집행 땐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 동안의 전례를 볼 때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확률은 극히 낮다. 또, 6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7월 7일)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서면조사 방법을 쓰기엔 “두 의원은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던 말을 스스로 뒤집는 셈이 돼 버려 이 또한 어렵다. 수사팀 관계자는 “다양한 후속 조치를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지만, 검찰이 두 의원 수사와 관련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은 두 의원 소환에 실패할 경우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 ▦성완종 리스트 정치인들과 분리해 종결 짓지 않고 계속 수사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품 공여자의 직접 진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금품 수수자에 대한 ‘대면 조사’도 없이 얼마나 ‘유죄의 확신’을 가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리스트 인사들과의 형평성 논란 방지 차원에서 이 의원과 김 의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저항 없이 당사자의 입장을 청취할 수 있는 서면조사부터 실시했거나, 또는 애당초 리스트 인사들도 전원 소환했더라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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