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보이는 노란조끼가 적십자 봉사원의 힘
'대한민국 가장 약한 곳에 적십자가 있다'는 약속 지킬 것"
“따뜻한 자본주의라고도 불리는 자본주의 4.0시대를 맞아 보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 적십자사가 그 가교가 되겠다.” 강보영(72ㆍ사진)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는 기업의 사회적가치 공유가 중요해지고 있고, 적십자사도 내실을 다지면서 인간중심의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피력했다. 한국일보대구경북취재본부와 최근 사회공헌협약을 체결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강보영 회장을 만났다.
_어떻게 적십자사와 인연을 맺었나.
“평소 나눔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실천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병원을 경영하면서 ‘인류의 봉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라고 생각해 왔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적십자사가 이 같은 봉사활동을 하는데 최고의 기관이라 여겼다. 다행히 그 동안의 소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재난구호 전문 봉사활동 기관으로서 어긋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_대한적십자사경북지사는 어떻게 조직돼 있나.
“9,300여명의 봉사원과 심리사회적지지, 심폐소생술 및 인명구조 기술을 보급하는 800여명의 지역보건 및 안전강사, 2만1,700여명의 RCY(청소년적십자) 단원, 지도자 등이 활동 중이다. 조직은 회장 부회장 상임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사대의원과 임원들이 사업계획 수립 및 집행, 예결산 등을 감독한다. 1본부, 3팀, 3희망나눔봉사센터에 21명의 직원이 상근하고 있다.”
_대한적십자사경북지사 회장과 봉사회가 하는 역할은.
“지사 회장은 경북지사에서 하는 각종 봉사활동을 대표한다. 태풍, 폭설, 지진, 해일 등 국내외 각종 자연재해와 세월호 침몰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자원봉사단원들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가 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요즘은 다문화가족이나 독거노인, 북한이탈주민 등 소외계층 대상 봉사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응급처치나 심폐소생술 등 각종 안전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적십자봉사회는 도내 23개 자치단체 행정동별로 구성돼 있다. 9,000여명이나 된다. 무료급식, 연탄나누기, 사랑의 김장담그기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많은 시도민들이 각종 재난현장에서 노란조끼를 입은 봉사단원들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반찬 전달, 목욕봉사, 주거환경개선, 교육, 물품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_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가 화두다. 그 어느 때보다 적십자사의 역할이 기대된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후 자본주의 4.0이 정치경제분야는 물론 봉사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활동 지향점이 사회적가치를 공유하자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인간중심자본주의 시대에 보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적십자사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1.0은 18세기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서 1929년 대공황이 벌어지기 전까지를 말한다.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을 신봉한 자유방임주의 시대다. 대공황이 벌어지자 1930년대 뉴딜정책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 이론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벌어지기까지가 자본주의 2.0 시기다. 자본주의 3.0은 신자유주의 시기를 일컫는다. 1980년대 레이건 대처 부시 등으로 대표된다. “시장은 언제나 옳다”를 철칙으로 삼았으며, 수탈적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성장을 거듭하던 자본주의 3.0도 2008년 버블붕괴로 인한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도전에 직면했다. 이 같은 사태가 단지 투자은행이나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철학과 경제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대두했다. 이를 타개하려면 정부는 시장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따뜻한 자본주의 용어가 나타났다. 자본주의 4.0이다. 빈부격차의 심화, 계층이동의 단절 등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병리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_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데 인적 물적 한계 등으로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속이 상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을 고쳐주거나 책상과 컴퓨터 지원하고 의료비를 지원해 주는 희망풍차 프로그램이 있다. 재원이 모자라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가장 아쉽다. 청소년들의 인성교육과 더불어 어릴 때부터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희망나눔 천사학교를 운영 중이다. 많은 학생들이 용돈을 쪼개 어려운 친구를 돕는 것을 보면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
_적십자활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
“대한적십자사는 고종황제 칙령 제47호로 설립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도주의 운동 조직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성금으로 운영된다. 큰 관심과 따뜻한 성원이 절실하다. 올해 경북지사 적십자회비는 목표대비 103% 모금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도민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가장 약한 곳에는 적십자사가 있다’는 것을 약속하겠다.”
_향후 계획은.
“주변에 크고 작은 재난이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적십자사는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조직역량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 약력
43년 안동출생.
경북고, 계명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사장 역임.
안동의료재단 안동병원 대표이사.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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