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7년 만에 동시에 내렸다. 사실상 4,700억위안(약 84조7,000억원)의 자금을 푼 것으로, 경기와 증시 부양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8일부터 금융기관의 1년 정기 대출과 예금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인하, 각각 4.85%와 2.0%로 조정한다고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인민은행은 또 상업은행과 외자 은행 등 일부 은행에 대한 지준율도 0.5% 포인트 내려 18%로 낮췄다. 중국이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 닥친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지난 4월에는 지준율을 1% 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번 조치까지 포함,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는 모두 네 차례, 지준율은 세 차례나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에 대해 “안정적 성장과 구조조정을 위해선 사회적 금융 조달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저조하고 실질 이자율이 높은 수준인 점 등을 감안, 금리를 더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억제보단 경기 부양이 더 중요하단 이야기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7.4%를 기록,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다가 올해 1분기엔 7.0%로 더 낮아졌다. 2분기엔 6.8% 안팎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월 4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지 오래다. 시장에서도 그 동안 인민은행의 기준금리ㆍ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면서 그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이번 인민은행의 조치가 증시 폭락 다음날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지난 2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34.91포인트(7.40%)나 폭락한 4,192.87로 마감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9월 2,200대 포인트에서 꾸준히 상승, 지난 12일에는 5,17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단 2주 만에 무려 20% 가까이 급락했다. 보름도 안 돼 1조2,5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지고 증시에서 공포감이 확산되자 인민은행이 결국 기준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라는 카드를 전격 꺼냈다는 게 시장 해석이다. 경제학자 마광위안(馬光遠)은 “29일 증시 붕괴를 막은 선제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유동성 공급 조치와 유사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상승장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와 경제 심리 호전, 소비 진작, 국유기업 재무 개선, 그림자 금융의 증시 유도, 지방 정부 채무 위기 완화 등을 위해 사실상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인민은행의 조치로 시중에는 모두 4,700억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잇따른 돈풀기로 한계 기업들의 퇴출이 지연됨에 따라 결국 구조조정이 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며 걷혀야 할 거품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없지않다. 반면 시장에선 경기 회복 신호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하 조치가 또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