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흑돼지가 섬이라는 제주의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일반 돼지와 다른 유전자를 갖게 돼 고기의 맛도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제주대 정동기 교수 연구팀과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제주 재래 흑돼지의 육질과 맛의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한 3편의 논문이 최근 세계적 유전체 분야 국제학술지 3곳(Plos oneㆍGeneㆍMolecular Biology Report)에 게재됐다고 28일 밝혔다.
농촌진흥청 차세대 바이오그린 21 동물유전체육종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에서 제주 흑돼지의 생체 대사작용에 큰 영향을 끼치고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제주 흑돼지가 일반 돼지에 비해 성장을 더디게 하고 육질이나 맛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제주 흑돼지가 섬이라는 독립된 환경 속에서 다른 품종의 돼지와 섞이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생존한 결과 유전자 형태가 변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연구팀은 현재 일반 돼지(버크셔 품종)와 제주 흑돼지의 유전자 비교분석 등을 통해 제주 흑돼지의 독특한 풍미와 식감의 비밀을 푸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제주 흑돼지를 비롯해 제주 흑우, 제주 닭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산업화에 성공할 경우 제주의 토종가축들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문화재청은 도 축산진흥원 내 사육 중인 제주 재래 흑돼지 260여마리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제550호)로 지정했다. 제주 흑돼지는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으로 순수 혈통의 재래흑돼지 개체 수가 급감해 멸종위기를 맞았지만, 1986년 우도 등에서 재래흑돼지 5마리를 찾아내 현재까지 특별 사육ㆍ관리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주 흑돼지는 외국산 품종과 교잡해 개량한 것이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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