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몸 낮추며 거듭 사과
靑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 몰라"
친박도 "劉에 대한 거부권" 압박
비주류 투톱 붕괴 시나리오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최대한 몸을 낮춰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친박계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친박계 핵심인사들은 26일 일제히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쪽으로 결론내린 데 대해 “당과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현 상황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책임지는 방식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당 내 친박계 핵심이자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전날 의총 결과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결정한 것이지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면서 “진정한 리더는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다른 친박계 핵심의원도 “박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의 대상은 사실상 유 원내대표”라며 “몇 마디 사과로 끝낼 문제가 결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음주부터는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비주류 투 톱’ 체제의 붕괴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일부 최고위원들이 집단적으로 당무를 거부하거나 경우에 따라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8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서청원ㆍ이인제ㆍ김태호ㆍ이정현ㆍ김을동 최고위원 등 5명은 유 원내대표 책임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쓰는 등 당청관계 회복에 주력했다. 유 원내대표는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여당으로서 대통령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께서 마음을 풀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나는 박근혜정부와 박 대통령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란다”면서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주류 그룹에선 박 대통령을 향한 불만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수도권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이 마치 당내 홍위병들을 동원해 유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는 듯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 중도파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지금은 박 대통령에 맞설 만한 힘도 없고 ‘신보수’ 기치를 구체화할 시간과 역량도 필요해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누가 봐도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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