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몫으로 할당된 제주시 면세점 경쟁에 지방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참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신청한 곳은 외식업체 엔타스의 자회사인 엔타스 듀티프리와 부영주택 등을 포함해 7개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제주면세점, 제주관광공사 등이다. 앞서 관세청은 현재 롯데와 신라 등 대기업이 운영 중인 기존 제주시내 면세점 두 곳 이외에 한 곳을 중소ㆍ중견기업들의 판로확대 차원에서 추가 허용키로 결정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주관광공사의 참여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기업 진입까지 막고 중소ㆍ중견기업들의 몫으로 나온 면세점 사업권 유치에 지방 공기업이 뛰어든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상당 부분의 사업을 민간으로 넘겨주면서 50년간 운영해왔던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점 사업까지 전면 철수시킨 마당에 제주관광공사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 정책과 동떨어진 행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측은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해 제주도 연고의 지방 공기업에서 관광수익의 지역환원에 앞장서야 한다는 도민 여론을 반영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관세청 역시 제주관광공사 측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업신청을 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소기업에게 지방 공기업은 사실상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데다 제주관광공사의 사업권 획득을 위해 도지사까지 발벗고 측면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4월 말 김낙회 관세청장을 만나 지방공기업의 제주시내면세점 유치를 요청했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제주관광공사의 참여에 반발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김익태 한림대 관광학부 교수는 “제주관광공사가 제주도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민간사업을 활성화 시키려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일관성에 배치되는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도지사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제주관광공사의 행보는 당초 중소ㆍ중견기업을 육성하려는 면세점 사업 확대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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