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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례 속에 숨어 있는 규제

입력
2015.06.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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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나 자동차 정비소에서 도로나 인도를 진출입로로 활용하려면 해당 지자체에 도로점용료라는 걸 내야 한다. 그런데, 50여 지자체에서는 상위법령에서 정한 도로점용료보다 20% 정도 더 많은 금액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약 6억원으로 추산될 정도이니 지역 영세자영업자들은 경제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ㆍ부령, 자치법규(조례, 규칙)가 위임관계를 통해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있다.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ㆍ부령에 대해서는 정부입법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인 법제처가 심사하고, 이를 통해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조례는 지자체에서 만들고 관리하는데,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상위법이 바뀐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법령의 개정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조례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게 되고 앞선 사례와 같은 규제가 남아있게 된다.

상위 법령에서 개정된 사항이 조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애초의 법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게 된다. 특히나 조례는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사항을 정하고 있으므로 조례 속에 포함된 규제를 정비하는 것은 규제 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조례 속에 포함된 규제가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례 속에 숨어 있는 규제를 발굴ㆍ정비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서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특히 법제처에서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최초로 243개 지자체의 조례 6만 여건을 지난해부터 전면 검토해 2016년에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말까지 검토를 신청한 서울시, 인천시 등 13개 지자체 조례 4,300건의 검토를 완료했고, 그 중 숨은 규제 900여 건을 발굴해 해당 지자체와 함께 정비하고 있다. 또한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와 협력해 대표적인 개선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전체 지자체의 자발적인 규제개선을 돕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로 주차장 조례가 있다. 도시지역에 건축물 등을 지을 때에는 주차장법에 따라 반드시 그 건축물 내부나 인근에 부설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설치한 부설주차장의 위치를 인근으로 옮긴다거나 할 때 주차장법에서는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일부 지자체 조례에서는 용도 변경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규제를 개선해 지역 주민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보장하면 그 경제적 효과가 3,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보다 규제가 조례 속에 신설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에 법제처는 규제가 조례 속에 신설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치법규 입법 컨설팅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해 추진하고 있다. 조례를 입안할 때 지방공무원들이 해당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위반될 소지 등이 없는지 법제처에 자문하면 법제처가 이를 검토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올해는 인천시, 경기도, 경북 등 6개 광역단체와 경남 통영시, 전북 무주군 등 3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고, 해당 지자체에서는 법제처의 컨설팅 결과를 수용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헌법 제117조를 보면 지자체는 헌법에서 부여한 자치입법권에 따라 조례를 제정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조례는 법령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법제처와 행정자치부, 지자체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조례의 전면검토 작업과 컨설팅제도가 큰 성과를 거두어 헌법부터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조례의 톱니바퀴가 오차 없이 잘 돌아가고, 지역주민이 그 혜택을 누리기를 기대해 본다.

제정부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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