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합의를 거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10여 년 전부터 논의해오던 체육단체 통합이 눈앞에 다가왔다. 법에 의하면 내년 3월이면 완료된다. 대한민국 체육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 건민(健民)과 저항을 모토로 탄생하여 대한민국 체육의 뿌리가 되어 왔으며, 88서울올림픽을 통해 국가 브랜드가치를 높임으로써 우리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 올림픽 이후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스포츠의 필요성이 인지되어 1991년에 탄생한 것이 국민생활체육회(당시 국민생활체육협의회)로 종목별 연합회와 지역의 생활체육회 조직을 갖추어 국민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우리의 체육도 양적인 팽창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심화를 이루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이 두 단체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체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까지 제대로 검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의 기반을 닦는 노력도 통합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생활체육 저변확대로 엘리트선수가 나오지만 역으로 박세리나 김연아 키즈처럼 엘리트선수를 롤 모델로 생활체육인구가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통합의 산파역할을 해야 할 준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이견으로 진통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10여년 전 체육단체의 통합이 논의될 때도 두 단체는 이기적 태도로 일관했고, 제대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어야 할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무산되었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두 단체는 많은 부분 국고지원을 받고 있어 당연히 정부와 함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가체육발전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두 단체가 ‘자율적으로 통합할 테니 정부와 국회는 빠져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치에도 맞지 않고, 법을 무시하는 억지다. 통합을 규정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통합준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2016년 3월까지 통합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법 개정 심의과정에 양 단체장이 참석하여 합의한 것인 만큼, 양 단체는 통합과정이 원칙에 따라 진행되도록 약속(rule)을 지키고, 각자 역할(role)에 최선을 다하며, 관계(relationship)를 잘 이어갈 의무가 있다.
이 3R이야말로 스포츠의 특성이고 기본이다. 약속을 부정하고, 우리나라 대표 체육단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그 동안 쌓아온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체육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활동만이 아니라 사회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통합과정에서도 승리위주의 관점만이 아닌 페어플레이 정신과 상생의 사회가치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내년 리우올림픽 준비문제로 통합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올림픽 일정은 법 개정 시점에서도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고, 또 대형 국제대회를 이유로 통합을 미루겠다는 것은 여전히 두 단체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한국 체육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나무만 볼 것이 아니라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두 단체는 통합에 임해야 할 것이다.
원영신/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