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단체, 北정치범수용소 수감명단 인권사무소 제출
북한 인권 문제의 대표 사례로 꼽혀온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와 연루사건에 대한 정보가 26일 대거 공개됐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는 1992년 탈북자 김택곤씨의 증언 이후 조금씩 드러났지만 180명에 이르는 수감자에 대한 정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3일 유엔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문을 연 것과 맞물려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반 인도범죄 철폐 국제연대(ICNK)’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 수감자 180명의 신상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유엔북한인권사무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요덕수용소의 내 동료 수감자들:서림천과 함께 사라진 180인'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00~2003년 요덕수용소의 서림천 혁명화구역에 수감되었던 정광일씨의 기억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당시 수감자 180명의 이름과 나이, 수감이유, 생존여부 등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피해자가족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정광일 씨는 "서림천 혁명화구역은 지난해 5월쯤부터 해체되어 10월 말쯤 모든 시설물이 철거된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며 “서림천 혁명화구역과 함께 사라졌을 동료 수감자들을 문건으로나마 남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서림천에는 400여명의 수감자가 있었다"며 "북한 당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공개하는 수감자 180명을 포함해 400여명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행방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현재 북한 고위간부인 체신상 심철호가 2000년대 말 고위간부 도청을 담당한 보위부를 비판했다 체포돼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사실을 포함해 보위부와 검찰 간의 충성경쟁으로 빚어진 숙청사건, 독일 유학생 시절 말실수가 체제전복사건으로 둔갑해 10년 후 요덕수용소에 수감된 사건 등 수감자들이 연루된 다양한 사건이 설명되어 있다.
보고서는 또 15호 정치범수용소의 6명의 경비원과 관리원들이 2004~2005년 무렵 숙청된 사실도 내부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밝히고 있다. 2003년 요덕수용소에서 석방된 정 대표가 탈북에 성공한 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당시 석방을 수락한 수용소 경비원들이 이에 책임을 지고 모두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고 정대표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는 ‘회령 곡산공장 보위부 체포조’가 한국인 김동식 목사를 포함해 연변을 중심으로 1998~2004년 사이 국군포로, 재일교포, 한국과 연루된 조선족 등 40여명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도 담겨 있다.
북한에는 현재 4개의 정치범수용소에 8만∼12만명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은 정치범수용소는 없으며 죄 지은 사람들을 교양하는 교화소만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