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견학 프로그램 전액 지원하고 실무 노하우도 상시 교육 통해 전수
200억 출연 상생협력 펀드 운영, 정기간담회 통해 건의사항 수용도
대형 건설회사 직원들이라면 해외 시공 현장이 익숙한 공간이지만, 중소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겐 그렇지 않다. 단 한 번의 현장 견학 체험이 귀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해외 진출이 절실한 이들은 그래서 국내에선 체득하기 힘든 대규모 시공 현장의 메커니즘을 곁눈질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해외 현장 참여에 목말라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11일 현대건설은 17개 우수 협력사 임직원들을 선발해 해외 시공현장 견학에 나섰다. 현대건설이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우수 협력사 해외 현장 견학 이벤트의 일환이었다. 3박 5일의 그리 길지 않은 일정. 하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스리랑카에서 진행 중인 콜롬보 킬스시티 프로젝트, 싱가포르의 남북 전력구 터널 NS3 공사와 마리나 사우스 복합개발 시공현장 등을 둘러보면서 하나라도 더 보고 듣겠다는 열의를 불태웠다. 당연히 행사 비용은 전액 현대건설이 부담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현대건설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그 동안 해외현장을 시찰할 마땅한 방법도 없었고 비용도 부족했는데 모처럼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현지 건설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요한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견학 지역도 해마다 바뀌고 있다. 지난해 4월 협력업체 임직원과 함께 찾은 곳은 터키(보스포러스 교량 프로젝트), 카타르(루사일 고속도로 공사 현장, 하마드 메디컬시티 프로젝트), 아랍에미리트(원자력발전소 공사 현장). 단지 현지 시찰의 경험만 남겨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 협력업체들이 현지에 진출할 수 있도록 폭넓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작년 5월 협력사 임직원 6명을 선발해 해외현장 및 지사에 2개월간 파견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었다. “짧은 현지 시찰과 달리 두 달 동안 현지 직원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게 당시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협력사에 대한 상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해외 현장 견학 프로그램이 협력업체들에게 일회성 경험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엔 해외진출 희망 협력사 임직원 140여명을 본사로 초청해 ‘싱가포르, 카타르 진출 희망 협력사 지원 교육’을 진행했다. 해당 국가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은 물론 현지 인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자재 구매 등의 관행은 어떤지 등 실무적인 노하우를 협력사들에게 전수했다.
현대건설은 현장 경험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들이 실질적인 성장의 바탕을 다질 수 있도록 2012년부터 200억원을 출연,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협력사 60여곳이 시중보다 최대 1%포인트 낮은 저금리로 이 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중소기업협력재단에 1억1,000만원을 동반성장 투자재원으로 특별 출연하는 등 다양한 상생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현대건설은 협력사와의 간담회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토목, 건축, 기계, 전기 등 공종별 협력사를 초청해 현대건설의 하도급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다. 회사 관계자는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칫 일회성 보여주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협력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효율적이면서도 꾸준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상생’과 함께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는 ‘윤리 경영’이다. 업계에선 윤리 경영을 기업문화로 승화시킨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윤리 경영을 도입한 게 10여년 전인 2004년. 이후 윤리강령 및 실천규범 개정(2010년), 단계별 윤리경영 실천계획 수립(2013년) 등 날로 업그레이드시켜 왔다. 이런 것들이 단지 명문화된 규정에 머물지 않는다. 매년 경영목표에 윤리경영 실천을 명문화하고, 의사 결정 때 윤리강령과 실천규범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윤리경영을 회사 내부에만 한정하지 않고 협력업체에까지 확산시키며 윤리경영에도 상생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리경영이야말로 사내ㆍ외 전 구성원의 동반 참여가 없인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2,000여 협력사를 대상으로 매년 협력사 윤리강령 선포 및 윤리경영 서약식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올해는 1,084개 업체가 윤리서약서를 작성하고 윤리경영 준수 의지를 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에서 협력사 대상의 윤리강령 이행을 시행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제’ ‘저가심의제’ 등을 시행하거나 자재 구매 시 전자 입찰을 확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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