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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와 윈윈 파트너십"… 보유 특허 5만2000건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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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와 윈윈 파트너십"… 보유 특허 5만2000건 개방

입력
2015.06.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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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조성… 중소기업·예비 창업자 사업 도와

3D프린터 등 지원해 비용 덜어 줘, 경쟁력 있는 우수기업 발굴 앞장

충북 청주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LG그룹 관계자들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관계자들에게 특허 공개 및 응용기술 개발과 관련한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충북 청주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LG그룹 관계자들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관계자들에게 특허 공개 및 응용기술 개발과 관련한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LG그룹이 요즘 힘을 쏟는 분야는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커나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기업 성장의 바른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보장해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기반은 지난 2월 충청북도와 손잡고 청주시에 조성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다. LG는 여기서 그룹이 보유한 특허 5만 2,000여건을 개방했다. 통합지원서비스까지 만들어 누구나 관련 특허를 손쉽게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술과 설비는 갖췄지만 특허 부담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창업자들을 배려다.

개방하는 특허 분야는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충북 지역 특화 산업인 뷰티, 바이오, 에너지는 물론 전자, 화학, 통신 분야까지 LG그룹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까지 모두 포함된다. 단일기관이 개방하는 특허로는 최대 규모로 이왕 개방하는 거 화끈하게 공개한 셈이다.

이미 성공사례가 나올 정도로 효과는 즉각적이다. 세일하이텍이 대표적이다. 1985년 창사 이래 광학용, 산업용 보호필름 생산에 집중해온 세일하이텍은 중소기업이지만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적층형 표면 보호 필름, 반도체 웨이퍼용 점착 테이프 등 각종 특수 보호필름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 받았다. 2007년부터 LG전자에 LCD TV용 보호필름을 공급한 것도 이런 기술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화면을 쓰는 TV가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 부진을 겪었다. 3년간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지만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탈출구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LG의 특허들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관련 특허 10건을 받았다. 이 특허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과 생산공정을 적용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의외의 성과도 있다. 세일하이텍은 LG화학으로부터도 2차 전지 기술특허도 무상으로 얻었다. 2차 전지에 들어가는 팽창테이프 특허기술이 있는데, 이를 세일하이텍의 보호필름 기술과 접목한 것이다. 처음엔 아무 상관없는 분야여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였는데, 양측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아이디어가 탄생한 것이다. 결국 새로운 기술 접목 덕에 2차 전지의 수명이 훨씬 길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LG화학은 자신들의 2차 전지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좋고, 세일하이텍은 새로운 시장을 얻어서 좋은 셈이다. 박광민 세일하이텍 대표는 “그간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알파크립텍' 소속 연구원이 화장품 원료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 개발은 LG생활과학이 무상으로 공개한 특허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LG그룹 제공
충북 청주시 '알파크립텍' 소속 연구원이 화장품 원료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 개발은 LG생활과학이 무상으로 공개한 특허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LG그룹 제공

세일하이텍에 이어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나라엠텍(주)도 LG의 자동차 배터리 기술 특허 7건을 받아서 신제품 개발에 응용하는 등 5개의 중소기업이 사업확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단순히 특허만 열어두는 게 아니다. LG는 특허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데도 열심이다. 우선 혁신센터에 ‘생산기술 서포트존’을 만들었다. 3D프린터나 고속가공기 등 중소기업 규모에서 선뜻 사들이기 어려운 수억 원대의 고가 장비들을 들여놨다. 대량 생산이 결정되기 이전 연구개발 과정에서 비용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일만큼은 없애겠다는 의지다.

‘제조기술대학’도 만들었다. 필요한 전문 인력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직원들을 교육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학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 있는 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를 경우 필요한 교육을 물색해 제공해주는 역할도 한다.

LG는 ‘아이디어 마켓’도 조성해 중소기업이나 벤처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마켓의 특징은 LG 직원들의 제안을 있는 그대로 제공한다는데 있다. LG 직원들은 그룹 사내 포털인 ‘LG 라이프’에 기술과 사업 경험을 토대로 한 상품 아이디어를 내고, 이 내용을 고스란히 공개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디어에 자극 받은 기업이나 사업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면 시제품 개발, 각종 시험, 제품 사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1대 1 밀착 지원도 있다. 충북지역 뷰티, 바이오 기업들을 전수 조사한 뒤 이 가운데 21개 벤처기업을 발굴해 LG생명과학, LG화학, LG하우시스 등 LG계열사들이 전담 지원토록 했다. 앞으로 3년간 50개 업체를 발굴해 지원할 뿐 아니라, 이 가운데 20개 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이런 상생협력을 통한 지속가능 전략은 구본무 LG회장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혁신은 혼자 할 때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주변의 우수한 기업들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 나감으로써 국가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해 더욱 사랑 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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