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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방역 부실… 의료전달 체계 붕괴… 메르스 사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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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방역 부실… 의료전달 체계 붕괴… 메르스 사태 불렀다"

입력
2015.06.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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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실 권장하는 의료보험제도

대형병원ㆍ응급실 과밀화 등 난맥상"

"감염 관리실 설치하고 인력 강화

공공 의료 체계도 혁신해야"

25일 오후 대한의사협회ㆍ대한의학회가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 부회장, 이윤성 대한의학회 회장,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뉴시스
25일 오후 대한의사협회ㆍ대한의학회가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 부회장, 이윤성 대한의학회 회장,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본질은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와 붕괴된 의료전달체계의 합작품이다.”

“메르스 확산 사태는 우리나라 공중보건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내 의료계의 양대 축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본부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메르스 대응 실패에 대한 자성(自省)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 공공의료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감염병 관리 실패에 대해 의료진과 병원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다인실 입원을 권장하는 의료보험 제도, 대형 병원 쏠림 현상 등 감염병 관리의 난맥상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의 병원들은 반드시 감염병을 관리하는 전담 간호사를 두고 감염관리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전담 간호사가 있는 병원은 60%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병원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감염병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병원이 감염관리 전담 인력을 배치하도록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과밀화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교실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전체 환자의 46%(79명)가 나온 점을 지적하며 “동네 1차 병원을 이용하고 종합병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도록 병원 이용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의 과밀화 지수(응급병상에 대한 응급 의료환자의 비율)를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이 175.2%, 경북대병원이 154%, 삼성서울병원이 133%로 대부분이 100%를 초과했다. 과밀화된 응급실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침대, 의자, 복도에서 밀접한 상태에서 대기해야 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진다.

역학조사관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감염병의 발생 원인과 경로를 파악하는 역학조사는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역학조사관들이 감염병 환자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려면 병원에 공문을 보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때문에 긴급히 감염병의 확산을 막아야 할 역학조사관들은 ‘서류 작업’에 매달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은 “역학조사관에게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내역, 휴대전화 위치, 신용카드 이용 내역을 추적하고 병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가 격리의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자가격리될 경우 14일간 외부 활동을 못해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불안이 큰데 우리 기준은 구체적인 근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감염병 접촉자 관리에서 자가 격리, 시설 격리, 코호트 격리 등에 대한 기준과 격리자 지원 체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우리는 사스와 신종플루를 거치며 제기됐던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목격하고 있다”며 “메르스가 우리나라 공중보건 시스템에 던진 경고를 소홀히 하면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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