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0권으로 완간된 만화책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지금까지 25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조선사 입문의 대표 도서로 성인 독자와 중고생까지 두루 사로잡은 이 시리즈의 개정판이 나왔다. 독자들이 지적한 오류와 새롭게 확인된 사실을 반영해 본문의 글과 그림에서 220건 이상을 수정했다. 저자와 출판사, 독자가 함께 개정판을 완성한 셈이다.
이 시리즈를 낸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는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과 달리 역사 스테디셀러는 새로운 사실이 계속 확인되거나 발굴되기 때문에 그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출판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정판은 다시 고증을 해서 인물 캐릭터와 복색 등을 고쳐 그리고, 계절감이나 나이에 맞지 않게 묘사된 그림은 수정했다. 예컨대 중종의 얼굴에는 기존판에 없던 양미간의 검은 점을 찍었다. 선조실록이 전하는, 신하들이 묘사한 중종의 얼굴 생김새에 따른 것이다. 곧 죽을 것처럼 비실비실한 모습으로 그렸던 경종을 그리 허약하지 않은 인상으로 바꾼 것도 “체부(신체와 피부)의 외형은 왕성하다”는 경종실록의 기록을 뒤늦게 확인해 반영한 것이다. 성종의 폐비 윤씨를 “스물일곱의 원숙한 여인”에서 “열아홉의 성숙한 여인”으로 고친 것도 1996년 발굴된 폐비 윤씨의 태지에 적힌 생년월일에 따른 것이다.
개정판에는 부록이 추가됐다. 각 권 말미에 조선사와 세계사를 나란히 보여주는 연표 ‘조선과 세계’를 넣고,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영문 소개와 각 권의 영문 초록을 실었다. 개정판 출간에 맞춰 앱북과 전자책도 내놓았다.
저자 박시백(51)은 10년 이상을 바쳐 이 책을 완성했다. 2001년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롬을 사서 동네 독서실에 틀어박혀 하루 12시간씩 실록을 공부했다. 개정판 출간을 알리는 간담회 자리에는 그가 쓴 노트 120여 권이 놓였다. 실록을 날짜별로 요약해 정리한 공책이다. 왕의 발언, 신하의 발언, 그날의 사건, 자신의 구상을 색깔을 구분해 손글씨로 꼼꼼하게 썼다. 스무 권짜리 대작을 작업하는 데 바친 고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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