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ㆍ처리 지침 등 법률안 상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으나 정작 숨진 이들에 대한 관계 법령은 정비되지 않아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현재 메르스 사망자는 전날보다 2명 증가한 29명을 기록했다. 발생 초기에 비해 사망자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치명률은 16.1%로 나타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현행법에 메르스 등 감염병 사망자에 대한 시신관리 규정이 전혀 없는 탓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감염병 사망자 시신은 병원체의 오염 우려가 높아 예외적인 사후 조치가 필요하나 이를 강제할 근거가 전무한 상태다. 장례절차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유족이 비용을 떠맡는 비정상적인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재 보건당국은 감염병 유행에 관한 방역 조치 등 유사 규정을 근거로 메르스 사망자 장례관리 및 시신처리 지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침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유족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임종을 맞이하거나 사망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메르스 사망자 시신은 24시간 이내 신속히 화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격리가 끝난 유족이 별도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ㆍ장례식장이 지침을 어기거나 거부할 경우 제재 수단이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메르스 첫 사망환자는 ‘24시간 내 화장’ 지침에 떠밀려 유족의 뜻과 무관하게 장례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화장을 해야 했다. 지난 15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사망한 메르스 환자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으로 이송됐지만 승화원 측의 거부로 운구차에서 7시간 가까이 방치됐다가 일반 화장이 모두 종료된 오후 늦게서야 화장을 하기도 했다. 가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장례에 참가하지 못하고, 보건소에서 시신을 처리하고 가족에게 유골만 전달한 일도 있었다.
이에 국회도 관련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 등 14명은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감염병으로 사망한 시신을 이동ㆍ처리할 때 필요한 근거 규정을 신설해 조치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을 검토한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감염병 사망자 시신은 숨진 뒤 48시간 이상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신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사망자 연고자에게는 장사 방법을 설명ㆍ협의할 수 있는 절차를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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