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39호실·홍콩 퀸스웨이 그룹
KKG 설립 수십억달러 사업
택시서 원유탐사까지 외화벌이 나서
북한이 경제제재를 피해 홍콩 투자사와 합작회사를 비밀리에 설립,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북한 정권이 ‘KKG’라는 이름을 내걸고 택시부터 원유탐사까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전 세계 다양한 사업에 손대고 있으며, KKG의 배후엔 ‘노동당 39호실’과 홍콩 투자사인 ‘퀸스웨이 그룹’이 있다고 보도했다. KKG가 그저 단순한 로고인지 아니면 북한 국영기업을 의미하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 고위 관리는 FT와 인터뷰에서 “KKG는 북한의 여러 합작회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군 장성이나 노동당이 소유한 대부분의 북한 기업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의 제재 아래 있다”며 “그들에게는 외국과 거래할 외국 기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통치자금 관리 조직인 39호실을 중심으로 조직적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달 일본 경찰이 북한산 송이 불법 수입 사건에 39호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문서를 확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경제난은 심각하다.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대부분의 수출길이 막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수입원인 중국에 수출하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 몇 남지 않은 동맹국 이란, 쿠바는 서방과 화해 모드이고 중국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해 국제적 고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북한 경제는 매년 마이너스 혹은 1% 성장에 머무르는 추세다. FT는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고 있다”며 북한이 해외 돈벌이에 필사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부터 평양에서 고동색과 금빛 차체에 KKG 로고가 새겨진 택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KKG는 다른 북한 택시기사들과 같이 외화로 요금을 받는다. 주로 중국의 인민폐를 원하지만 유로화와 달러도 받는다. 그런데 혜성같이 등장한 KKG 택시가 다른 경쟁 택시들을 신속하게 몰아내면서 KKG 뒤에 정부 보안기관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퀸스웨이가 북한에 진출하려는 기록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FT가 입수한 홍콩 법원 문서에 따르면 퀸스웨이의 자금이 북한의 ‘금강거리’ 프로젝트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금강거리 프로젝트는 ‘평양 국제도시화 계획’ 중 하나로 대동강변에 호텔 무역센터 백화점 오피스텔 등 고층건물을 올리는 부동산 사업이었다. KKG 로고는 택시 이전에도 금강거리 프로젝트 홍보 벽보와 평양 공항버스에도 등장했었다고 FT는 전했다. 또 퀸스웨이 그룹의 핵심인물과 앙골라 국영 석유 기업의 합작 투자 회사인 ‘차이나 사나골’이 북한에서 석유를 찾기 위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벌였다는 사실도 업계에선 꽤 알려진 사실이다.
퀸스웨이는 영국의 석유회사 BP가 운영하고 있는 앙골라 유전사업과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광산에 지분을 늘려 왔다. 맨해튼과 싱가포르에서 부동산 투자도 하고 있다. 퀸스웨이의 샘 파 회장은 중국 정보기관과 연결돼 있는 거물인사다. FT는 추적 결과, KKG와 연관된 주요 기업들이 홍콩 금융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차이나 사나골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차이나 사나골과 KKG는 분리된 기업이며 관련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FT의 취재 요청에 퀸스웨이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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