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험 성적 비공개는 위헌”
학벌ㆍ배경 작용 비판적으로 지적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시험성적 비공개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출신과 배경에 따라 출세가 결정된다는 ‘현대판 음서제’논란(본보 2014년 7월16일자 1ㆍ5면)마저 일자 헌재가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25일 로스쿨 재학생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변호사시험법의 성적 비공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성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 권리 중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로스쿨 간 과다경쟁 및 서열화를 방지하고 시험 위주의 학습풍토 지양해야 한다는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봤지만, 성적 비공개는 그 수단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합격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대학의 서열에 따라 평가하게 되면서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고착화 된다”며 “변호사 채용에 있어 학교성적이 가장 비중 있는 요소가 돼, 다수 학생들이 학점 취득이 쉬운 과목 위주로 수강하면서 학교별 특성화 교육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측정할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없어 채용 과정에서 능력보다는 학벌이나 배경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변호사 시험의 높은 합격률과 성적 비공개는 로스쿨을 기득권의 안정적 세습수단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정미ㆍ강일원 재판관은 반대 의견에서 “시험 성적이 공개된다면 응시자는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 준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며 “출신 학교만을 기준으로 한 몇 년간의 한정된 자료만으로 성적 비공개가 로스쿨의 서열화를 고착화시킨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2012년 1회 변호사 시험이 시행된 후 법률 시장에서는 성적 비공개로 인한 채용 불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현대판 음서제 부활’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해 본보가 파악한 10대 주요 로펌의 변호사시험 출신 변호사 채용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 출신이 전체의 68%가량을 차지했다. 또한 이들 10대 로펌은 전ㆍ현직 고위 법조인, 정치인, 고위 관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녀들을 상당수 채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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