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윤석민(가운데).
올 시즌 전 윤석민(29ㆍKIA)이 친정으로 돌아온 뒤 그의 보직은 핫 이슈가 됐다. 당연히 선발 마운드의 에이스로 귀환할 것으로 보였지만 김기태 KIA 감독은 심사숙고 끝에 그에게 뒷문을 맡겼다. 김 감독은 당시 "어떻게 써도 논란이 있겠지만 선발보다 마무리로 기용하는 게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2년 연속 외국인 마무리(2013년 앤서니, 2014년 어센시오)를 기용했다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KIA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심동섭을 새 마무리로 내정했지만 역시 물음표를 지우기엔 부족했다. 그러던 중 복귀 소식이 전해진 윤석민의 가세는 천군만마와 같았다. 김 감독은 나중에 "윤석민은 당연히 선발로 써야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얘기다. 윤석민의 마무리 기용에 남아 있는 걸림돌은 과연 그가 세이브 기회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였다. 안치홍과 김원섭, 이대형 등 주축 타자들이 모조리 빠져나가며 팀 역대 최악의 공격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윤석민의 효용 가치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KIA는 25일 현재 팀 타율 9위(0.257)의 물방망이로 고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윤석민은 세이브 공동 1위(15세이브)를 달리고 있다. 우려와 기대가 공교롭게 모두 현실이 되고 있지만 그만큼 필요한 순간에 윤석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세이브 공동 1위인 임창용(삼성)의 소속팀 삼성은 팀 타율 2할9푼으로 넥센(0.293)에 이어 2위다.
물론 팀 타력이 세이브 숫자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무리 투수가 자주 등판하기 위해선 선발 마운드와 불펜이 탄탄해야 하고, 세이브 요건을 충족시키는 적은 점수 차의 리드 상황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어찌 됐든 팀 타율 최하위권의 팀에서 세이브 1위를 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김기태 감독은 그래서 팀이 부진할 때도 윤석민의 보직을 바꾸지 않았다. 간혹 지고 있는 상황이나 큰 점수 차에서도 내보내며 '기회'를 기다렸다. 시즌 개막 후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어느 정도 우리 팀의 수준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던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선전으로 걱정만큼 팀이 나쁘지 않은 상황임에 자신감을 얻었고, 내심 윤석민의 마무리 기용이 빛을 발할 날이 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선발로 국내 최고 투수 반열에 올라선 윤석민의 빠른 적응력도 큰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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