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출범 34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 팀에서 선발 5명 전원이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한 구단은 없다. 1998년 현대가 정민태(17승), 정명원(14승), 위재영(13승), 김수경(12승), 최원호(10승) 등 10승 투수 5명을 배출했지만 최원호의 10승 중 1번은 구원승이었다. 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에서처럼 5명의 선발이 꾸준하기란 쉽지 않다. 1~3선발과 4선발, 그리고 4선발과 5선발의 기량 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5선발들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빠져 있는 두산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당초 5선발이 왼손 진야곱이었다. 하지만 니퍼트가 통증을 느끼며 또 다른 왼손 허준혁(25)이 선발진에 들어왔다. 그는 "유희관을 보는 듯하다"는 팀 내 평가 속에 2경기 연속 기대 이상의 피칭을 했다.
허준혁은 지난 13일 잠실 NC전에서 6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당시 NC는 5연승 중, 상대 선발은 KBO 등록명과 유니폼 이름을 바꾸고 펄펄 날고 있는 해커였다. 그런데 경기는 예상 외로 두산의 승리였다. 해커가 6⅓이닝 4실점(3자책)한 반면 허준혁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그는 19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갑작스런 어깨 담 증세로 5⅓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갔지만 역시 무실점이었다. 적어도 마운드에 있을 때까지는 롯데 선발 레일리(8이닝 2실점)보다 안정적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허준혁이 상대 외국인 투수와 맞붙어도 전혀 주눅들지 않으니 "앞으로 꾸준한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넥센 5선발 왼손 김택형(19)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동안 오른손 김동준에게 선발 기회를 줬지만 기복이 심해 김택형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택형은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 양현종과 맞붙어 5이닝 5피안타 1실점했고, 16일 목동 롯데전에서도 5이닝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롯데전에서는 특히 8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넥센 팬들은 그가 양현종처럼 성장해주길 바라고 있다.
시즌 내내 고전하고 있는 LG에는 임정우(24)가 있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없던 4월 한 달 간 '임시' 선발 노릇을 하던 그는 팀 사정상 5월 중반부터 스윙맨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자리로 돌아오며 354일 만에 감격적인 선발승도 챙겼다. 지난 24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양상문 LG 감독도 "훌륭한 피칭이었다"며 임정우의 등을 두드려줬다.
사진=두산 허준혁-넥센 김택형-LG 임정우(왼쪽부터).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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